How Beautiful the Nature is! - Albatross

China

운남성 10 "석림과 구향동굴" (yunnan 10: Shilin and jiuxiang cave)

Albatross(곽영을/郭泳乙) 2012. 7. 31. 15:19

 

윈난성 이야기 10 — 시리즈 종결편
[10월 22일 석림(石林), 10월 23일 구향(九鄕)동굴]
[石林 和 九乡: Yunnan Shilin and Jiuxiang]

 

 

 

 

<10월 22일 석림(石林), 23일 구향(九鄕) 동굴에 갔다. 석림은 곤명에서 약 80키로 정도 떨어져 있고, 구향 동굴은 곤명에서 약 90키로 되는 곳에 위치해 있다. >

 

 

<10월 22일 석림(石林)>

 

 

여행도 이제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지나놓고 보니 이렇게 빨리 세월이 가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10월 22일 새벽에 곤명에 도착하여 우리의 숙소인 험프객잔에 짐을 맡기고 다시 시외버스 터미널에 왔다. 터미널에는 운남성의 각 도시로 갈 차들이 즐비하게 늘어서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여기 버스 터미널의 특징 중의 하나는 손님이 버스 정원 숫자만큼 차면, 정해진 시간보다도 일찍 출발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표를 사고 난 후, 다른 곳에 있으면 안되고 근처에 머물면서 손님이 찼는지를 수시로 체크해야한다.

 

 

 

 

 

 

<버스를 기다리는데 이상한 옷차림을 한 사람이 지나간다. 이들과 같은 버스를 타게 되었는데,  바이올린과 비슷한 악기를 들고 있었다. 소수 민족의 예술가인 듯 했다.>

 


 

곤명에서 약 한 시간 반 정도되어서 석림에 도착했다. 날씨는 흐린데, 관광객이 구름처럼 석림 입구로 몰려간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띄는 것은 다리 양쪽에서 펄럭이는 붉은 중국깃발이다. 다리는 큰 호수를 가로 질러 놓여졌는데, 멀리 호수를 둘러싼 바위가 여기가 석림이라는 것을 알려주려는 듯, 기묘한 모습으로 서 있다.

 

 

곧 우리 앞에는 과연 "돌의 숲"이라고 할 만한 거대한, 그러나 잔잔하게 펼쳐진 "돌의 들판"이 시작되고 있다. 뭐라고 묘사하기 힘든 교묘한 돌이 여기저기 모여 있기도 하고, 혼자 떨어져 있기도 하여, 나도 모르게 과연 제 이름 값을 하는구나하는 탄성이 나왔다. 곳곳에는 원주민 공연자들이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며 춤을을 추고 있었다. 이런 것을 보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관광객들이 흥에 겨워, 공연자들과 함께 어울리는 모습이 여기저기 보인다.  

 

 

 

 

 

<기기묘묘한 돌이 사방에 널려 있다.>

 

 

 

 

<널직한 광장에서 공연을 한다.>

 

  

같이 갔던 동료들은 각자가 원하는 곳으로 가 버리고 나 혼자 덩그러니 남았다. 어디가 어딘지도 모르면서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심정으로  돌숲을 헤쳐 나간다. 이미 비는 내리기 시작하고, 어느 순간 사막의 밤에 혼자 별을 세는 방랑자가 된 듯한 생각이 든다. 이쪽으로 가도 나가는 길이 없고, 저쪽으로 가도 나가는 길이 없는 미로다. 사랑의 미로도 아닌 그냥 돌 숲의 미로다. 한참을 가니 일꾼들이 길을 닦고 있다. 나가는 길을 물으니 어느 쪽을 가리킨다. 그러나 그쪽으로 가도 나가는 길이 없었다.

 

 

조금은 겁이 났지만, 넘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기왕에 이렇게 된 바에는 쉬면서 천천히 생각하기로 했다. 배낭에서 비스켓을 입안에 넣고 오물거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사람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약 30분이 지났을까? 어떤 중국인 두 명이 왔는데, 그들도 나가는 길을 찾지 못하여 나에게 질문하는 듯이 보인다. 그들과 나는 함께 한 방향으로 무조건 가기로 했다. 비는 오고 길은 미끄러웠다. 가끔 새가 우는 소리도 들리고, 사람 소리 비슷한 것도 들렸으나 길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바위 모퉁이 하나를 돌으니 바로 거기가 큰 길이었다!

 

 

 

  

 

 

 

<호수와 바위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

 

 

어느 지점에 호수가 있었다. 아마 여기가 중심부인 듯 했다. 한쪽으로는 공연장이 있고, 그 옆에는 "석림"이라고 쓴 바위가 나타났다. 그 뒤로는 좁은 길을 따라 첩첩 바위가 진을 치고 있었다. 또 한 쪽으로는 멀리 또는 가까이 쭉쭉 뻗은 바위가 시야에 들어왔는데, 마치 작은 계림 또는 작은 장가게에 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비를 맞기도하고 피하기도 하면서, 그리고 특히 카메라에 빗물이 스며들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면서 여기저기 갈 만한 곳은 거의 들러 본 듯 했다.

 

 

어딘지 모르지만 큰 길을 따라 걸으니 왼쪽 저 멀리, 검은 바위가 열병을 하고 있다. 가는 길이 없는 것으로 보아, 아직 개발하지 않은 곳으로 생각되었다. 약 200미터를 수풀을 헤치고 가서 사진 몇 방찍고  다시 오면서 혹시 뱀이 없을지 걱정이 되었다. 비는 여전히 오고, 점심을 먹지 못해 배 또한 고팠다. 없는 길을 개척해 갔다 오면서 내가 온갖 청승을 다 떤다고 생각했다. 이 먼 나라에 와서 왜 이렇게 생고생하면서 다니는지 내가 나를 보아도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인간 자체가 한심한 동물이야. 아니 모든 살아있는 것은 모두 한심한 작자들이야. 쓸데 없는 일을 하는 것이 본래 인간이야. 또한 모두 근엄한 척, 똑똑한 척 할 뿐이지. 아니야 근엄과 한심은 같은 상황이야. 표현법이 다를 뿐이야."

 

 

 

 

 

 

 

 

<석림의 경내가 넓디 넓어, 그리고 또 비도 오고, 이래저래 고생이 심했다.>

 

 

 

 

 

 

 

 

 

 

<칼과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검봉. 글자가 물 속에 반사되어 보인다.>

 

 

 

 

 

바위를 돌고 돌아 어느 곳에 가니, 한 상점이 있었다. 그들은 나에게 이런저런 물건을 사라고 이야기하는 듯 했다. 한국말로, "오빠, 이거 좋아요."라고 했다. 한국 사람이 많이 다녀갔다는 표시다. 나는 물건이라면 질색이기에 그냥 앞만 보고 왔다. 그들은 따라 오면서 이 물건 저 물건 내 코 앞에 갖다 대면서 졸라댔다. 나는 하는 수 없이 주스 한 잔 사 마시고, 그들의 표정을 관찰하다가 자리를 떴다.

 

 

밖으로 나와 곤명시로 가는 버스를 타러 갔다. 표를 샀는데, 30분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이곳저곳을 어슬렁 거리다가 떠나기 10분 전에 다시 주차장에 왔다. 그들이 나를 나무라는 듯이 보였다. 자세히 보니 이미 손님이 버스에 가득 찼던 것이다. 떠나는 시간과는 관계없이 손님이 버스에 차면 출발한다는 사실을 아침에 알게되고 저녁이 채 되기도 전에 망각했던 것이다. "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朝聞道, 夕死可矣)"라고 공자는 말했었다. "아침에 기억한 것을 저녁까지만 기억하고 있어도 얼마나 좋을까?"

 

 

 

석림은 곤명 주변에서 최고 관광 명소로 알려져 있어서 곤명에 다녀온 사람은 거의 다 한 번씩은 가봤을 것이다. 본래 이 곳은 원래 2억 7000년 전에는 바다였으나 지각 변동으로 지상으로 융기된 후 오랫동안 빗물과 바람의 작용을 받으면서 현재와 같은 독특한 모습이 되었다고 한다.

 

 

이곳은 손오공이 구름을 타고 날아다닐 것만 같은 장소여서, 실제로 이곳에서 여러차례 서유기 촬영을 했다고 한다. 돌 사이를 돌아다녀 보면 여러 동물, 예컨대 코끼리, 고양이, 사람 등 여러 모양을 발견할 수 있는데, 우리 나라의 홍도나 흑산도, 백령도 또는 울릉도 주위를 배를 타고 돌면 발견할 수 있는 여러 모습과 비슷하다.

 

 

죽기 전에 한 번은 가봐야 할 곳으로 생각되나, 어떻게 생각하면 그 바위가 그 바위인 것 같아 오래 보면 헷갈리기 쉽고 조금은 지겹기도 하다. 그렇지만 이 곳을 돌다보면 세상은 넓고 볼 것은 많다는 것을 스스로 느끼게 된다. 사람들이 더 이상 몰려들기 전에 한 번쯤은 가보야할 곳임에 틀림없다.

 

 



 

<오후에 다시 쿤밍으로>

 

 

 

 

 

<쿤밍 시내 바닥에 도시 지도가 있다.>

 

 

 


 

 

 

<다시 험프객잔으로 돌아왔다. 쿤밍시 중심부에 위치한 험프객잔은 주로 외국인들이 묵는 곳이어서 영어로 된 안내문이 사방에 붙어 있다. 오른쪽에 보면 달러를 중국돈으로 바꾸기는 쉽지만, 중국돈을 달러로 바꾸기는 어렵다고 되어 있다.>

 

 

 

 

<역시 험프 객잔의 안내 칠판: 여기에 써 있는 것은 항공요금이다. 곤명에서 북경까지는 1500위엔(한국돈 약 27만원), 방콕까지는 1380위엔(한국돈 약 24만원)이라고 써 있다. 이것은 북경보다 방콕이 더 가깝다는 뜻이다.>

  

 

 

 

 

<울산방송 PD가 한 곡조 뽑는다. 옛날 방석집 생각 절로 난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일단 방송사에 입사하면 사원에게 노는 법부터 가르친다고 한다. 잘 하는 일이다.>

 

 

 

 

<값도 싸고 맛도 좋은 이곳은 쿤밍 관광객은 한 번은 들려야 할 곳이다.>

 

 

 

11시쯤 뭔가 허전한 생각이 들었다. 다시 말하면 이곳에 와서 나이트클럽에 가보지 못한 것이다. 나는 어떤 여자 한 명을 데리고 근처의 나이트 클럽에 갔다. 우리 여관 근처에 몇 개의 나이트 클럽이 있었다.

 

 

술이 상당히 많이 취해 있었던 나는, 안내자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한국의 나이트클럽처럼 크고 어두웠다. 앞쪽에 무대는 있었지만, 우리 나라 나이트처럼 무대 아래에  손님이 춤을 추는 곳은 없었다. 거기에 모인 사람들은 거의가 다 30대 이하인 듯이 보였다. 모두 키도 작고 등치도 작은 듯이 보였다. 한국인이 등치가 크다는 것은 동남아를 돌아다녀 보면 금방 알게 되는 사실이다.

 

 

노래 소리에 귀가 찢어지는 듯, 옆에서 총을 쏘아도 들리지 않을 그런 분위기였다. 거의 만원이었고, 무대로부터 가장 먼 곳에서 맥주를 두 병 시켜 먹었다. 그리고 나중에 몇 병을 또 시켰다.  나는 맥주를 갖다 준 젊은 웨이터에세 20원(3500원정도)을 주었다. 그는 죽어도 받지 않으려고 했다. 하지만 나는 술김에 기어이 주고 말았다. 나도 독한 놈이다. 드디어 몇 사람이 앞쪽으로 나가고, 다른 사람이 따라 나가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여기저기를 돌고 돌았다. 우리도 앞으로 나가 그들과 합류하여 앞 사람의 어깨를 잡고 따라 돌아다녔다. 내 뒤에 있는 젊은 아가씨는 팔을 뻗어도 내 어깨에 닿지 않는지, 내 어깨를 놓쳤다가 잡았다가 헷갈려 했다. 나는 술이 취한 상태로 좋은 줄도 모르고 싫은 줄도 몰랐다. 그냥 따라다녔다.

 

 

이곳은 블루스 타임도 없고, 아무 것도 없었다. 술마시고 기분 좋으면 그냥 자기 자리에서 저 혼자 춤추다 가면 그것으로 족했다. 몇 시인지 모르지만 순식간에 손님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분명 12시 전인 것 같은데 말이다. 어떻든 중국 곤명에 와서 이런 분위기를 알고 가는 것만도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객잔으로 오니 아직까지도 몇몇 사람들이 앉아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하여튼 이번에 칭다오 맥주 어지간히 마셨다. 밤이면 밤마다 그렇게 마시고도 인간이 살 수 있다는 것이 놀랍고도 신기하다. 값도 싸다. 아무리 마셔도 하루 저녁에 만원을 넘지 않는다. 언제나 그렇듯이 오늘 저녁, 즉 운남성의 마지막 밤도 아쉬움을 남기고 서서히 내 눈 앞에서 사라진다.

 


 

<10월 23일 구향(九鄕) 동굴>

중국의 3대 동굴 중의 하나라고 알려진 구향 동굴은 쿤밍에서 동쪽으로 약 90키로 떨어져 있다. 입구에서 조금 가면 왼쪽으로 보트 타는 곳이 있다. 계곡을 막아서 호수로 만들어 버렸다. 배를 타고 많이 올라가지는 않지만 좁은 계곡을 서로 부딪히지 않고, 오가는 뱃사공의 솜씨가 놀라울 따름이다.

 

 

보트에서 내리면 본격적인 동굴이 시작된다. 사실 한국에도 삼척의 환선동굴이나 충청북도의 영월 동굴, 제주도의 동굴이 있다. 그런데 한국의 동굴과 다른 점은, 여기 동굴은 한국의 동굴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규모가 크다는 것과 바닥에 계곡 물이 흘러간다는 것이다. 형형색색의 조명을 해 놓아 종유석이 신비롭게 보이는 것도 한국과 비슷하다. 하지만 전체적인 동굴의 길이가 대단히 길어서, 힘이 드는 사람은 중간 지점에 있는 두 사람이 메고 가는 가마 같은 것을 타야한다.  옥룡설산에서 말타는 사람들이 지친 사람을 귀신 같이 알아보듯, 여기에서도 가마꾼들이 지친 사람을 기가 막히게 알아보고 가마 탈 것을 권유한다.

 

 

 

 

<구향 동굴 입구다>

 

 

 

 

<배를 타면 약 15분간 갔다올 수 있는 호수가 있다. 계곡을 막아서 호수로 만들었다. 이 물이 아래로 내려가 동굴을 구비구비 돌아 흘러간다.>

 

  

 

 

 

 

 

<중간에 있는 동굴의 끝이자 또 다른 동굴의 시작 점에 햇빛이 비친다.>

 

 

 

 

<넓은 동굴 내부>

 

 

 

<조명으로 동굴 내부가 아름답다.>

 

 

 

 

 

 

 

 

 

 

 

<이곳도 역시 논두렁 같다. 이곳도 가장 신비로운 곳 중의 하나다. >

 

 

이 구향 동굴은 개장한지 얼마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번에 같이 간 우리 가이드도 처음 가 본다고 했다. 교통편도 좋지 않아, 시외버스로 가는 방법은 없는 듯했다. 모두다 관광차를 대절하여 온 듯 했다. 몇 년 뒤에는 상황이 나아질지 모르겠으나, 현재는 다니기에 좀 불편한 것만은 틀림없다. 이번에 우리를 태우고 간 관광버스 운전수도 이곳은 처음 와서 그런지 시골길을 뱅뱅 돌다가 겨우 목적지를 찾았다.

 

 

동굴의 내부 중 인상적인 것 세 가지만 이야기 하고 싶다. 우선 동굴의 폭이 넓고, 높아서 시원하고 상쾌하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중간에 다랭이 논을 닮은 넓은 곳이 인상적이었는데, 필리핀 바나우에의 논이 생각났다. 마지막으로 동굴 중간쯤에 두 갈래로 갈라진 폭포가 있는데, 이런 동굴에 이런 어마어마한 폭포가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이제 운남성 여행기의 끝에 왔다. 사실,  잘 쓰건 못 쓰건, 나는 글을 빨리 쓴다. 이렇게 늦게 된 것은 건강 상태가 좋지 못했기 때문이다. 감기도 다 나았고 몸의 컨디션도 거의 정상으로 돌아왔으나, 중이염이 낫지 않아 지금도 3일에 한 번씩 이비인후과에 다니고 있다. 아이들은 중이염에 걸리면 잘 낫지만, 성인의 경우는 잘 낫지 않는다고 한다. 이것도 무슨 약을 먹어서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속이 빈 고무 줄 같은 것을 귀에다 넣고, 입으로 물을 마심과 동시에 고무줄에 바람을 집어 넣어 귀에서 뻥 소리가 나게 하는 방법으로 치료한다. 나는 이런 치료법을 처음 본다. 하여튼 이제 한 달이 넘었는데도 귀에서는 뻑뻑 소리가 난다. 놀라운 것은 이 중이염이 고산 지대에 갔다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나는 중이염은 수영을 많이 하는 사람이 걸리는 것이라고 알고 있었다. 그런데 고산지대 또는 비행기를 탔어도 중이염이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술을 먹은 지도 이미 한 달이 됐다. 몸이 아파서 가장 아쉬운 것이 술을 먹지 못하는 것이다. 특히 집에서 돼지고기나 생선회 등이 밥상에 올라오는 날에는 술 생각이 얼마나 나는지 모른다.

 

 

그러나 술을 먹지 못한다고 해서,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술을 마시지 못하는 대신, 공부를 많이 할 수 있었다. 특히 중국어 공부를 많이 했는데, 내가 봐도 만족스러울 정도로 진도가 많이 나갔다. 이제 중국어를 시작한지 3달이 되었는데, 9월은 중국어 발음과 성조를 주로 공부했고, 10월은 중국 여행 다녀왔고, 제대로 공부한 것은 11월 한 달이다. 생각보다 공부 양이 많은 것 같다. 실제 중국어 공부를 마음먹고 해보니, 나이를 먹었다 해도, 이해 능력은 크게 줄어든 것 같지 않았다. 단지 암기가 잘 안되거나, 암기한 것을 금방 잊어먹기는 하나,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새로운 것을 배우지 못할 것은 없는 것 같다.  지금 상황으로 보아, 6개월 정도면 기초는 끝낼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기초가 끝나면 중국인과 부딪쳐볼 생각이다.

 

 

배낭여행을 처음 가봤다. 이 배낭 여행도 그 나름의 장점과 단점이 다 있다. 배낭 여행은 개인 여행과 패키지 여행의 중간 정도의 성격을 띄고 있다고 보아야겠다.

 

 

<이번 배낭 여행의 장점>

  1. 쇼핑을 하지 않는다.
  2. 끊임없이 떠드는 가이드의 말을 듣지 않아도 된다. 물론 이것은 단점도 될 수 있다.
  3. 패키지보다는 돈이 덜 든다.
  4. 패키지 여행을 하지 않고, 자기 나름의 계획에 따라 움직일 수 있다. 하지만 여러 모로 살펴보면 가이드를 따라서 가는 것이 좋다는 것을 알게되어 결국은 같이 움직이게 되어 있다. 단지 이번에 한 여성이 있었는데, 그녀는 유명한 곳이 아닌, 박물관이나 시장, 대학 등에 관심이 있어서 그런 곳에 자주 가는 것을 보았다.
  5. 저녁에도 시간이 많아 나름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패키지 여행을 하면 저녁에 밖에 나가는 것도 가이드의 눈치를 봐야할 때가 있다.
  6. 무엇보다 자유다. 한 도시에서 다른 도시로 움직이는 것만 같이 하면 그외의 시간은 자기 혼자 결정하여 실행하면된다.
  7. 아침 식사와 점심 식사는 각자가 해결해야 한다. 중국어나 영어를 하건 못하건 자기가 알아서 굶든 사먹든 해야한다. 그러니 당연히 현지인과 접촉을 많이 하게된다. 이것은 어떤 사람에게는 단점이 될 수도 있겠으나 나에게는 장점으로 보인다. 저녁 식사는 같이 모여서 하는데, 가이드가 모든 부담을 한다. 술은 항상 끝없이 들어온다. 그래서 술은 실컷 마셨다. 이것도 단점이라면 단점일 것이다. 그리고 가이드가 현지 사정을 잘 알고 중국어를 잘 해서 여행에 아무런 불만이 없었다.  
  8. 이런 형태의 여행이 현재로서는 나에게 최상의 선택으로 보인다. 당분간 이런 여행을 좀 더 할 것이다.

 

<단점>

  1. 무거운 짐을 계속 메고 다녀야 한다. 그러나 일반 개인 여행과는 달리, 목적지까지 짐을 운반해 주는 차가 있어서 짐이 무거워 걷지 못하는 경우는 별로 없었다.
  2. 운동량이 많다. 패키지의 경우 그저 가만히 있다가 "내리세요"하면 내리고, "타세요"하면 타면 된다. "식사하세요" 하면 식사하면 된다. 짐도 웬만하면 다 짐꾼이 옮겨준다. 하지만 여기서는 자기가 짐을 꾸리고 풀고 다시 꾸려서 가야한다. 평소에 체력을 길러 놓지 않으면, 고생 많이 한다. 우리 멤버 중 한 여자는 울면서 다닌 사람도 있다. 현지에 도착한 이튿날부터 집에 갈 생각을 했다고 한다.
  3. 숙박은 호텔보다 못하지만 크게 못하지는 않았다. 적어도 나의 경우에 이 정도면 충분하다. 더 좋으면 사치다.  우리나라 장급 여관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이다.
  4. 위에 나열된 것이 단점이라면, 사실 단점은 거의 없다고 보아야 한다(적어도 나의 경우에).

     

*이번 13박 14일 동안 여행 비용은 여행클럽에 낸 돈이 120만원, 내가 개인적으로 쓴 돈이 약 50만원 썼다. 내가 쓴 개인 비용은 입장료, 택시비, 밥값, 술값으로 썼는데 주로 입장료에 많은 돈이 들어갔다. 물건은 딱 세 가지를 샀다. 중국 노래 CD 한 장에 6,000원, 모택동 어록 6,000원(도대체 이런 나라를 세운 모택동은 어떤 사람인가 좀 알아보려고), 모자 2,000원 모두 14,000원 들었다.  

 

 

*이번에 중국을 여행하면서 중국어는 꼭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왜냐하면 돌아다니면 너무 답답하기 때문이다. 중국 사람들은 무조건 중국어다. 내가 중국말을 못하면 속수무책이다. 다른 아무런 방법이 없다. 물론 대도시나 호텔에 가면 영어가 통하겠지만, 일반 시내에 가면 영어가 전혀 통하지 않는다. 리지앙에서 한국인 부부 두 사람이 놀러온 것을 보았다. 둘이 다니기 힘들지만, 자기들은 절대로 패키지는 다니지 않는다고 했다. 그렇다고 영어나 중국어를 잘 하는 것도 아니라고 했다. 그러고 보면 여행자의 성격에 따라 여행의 형태가 결정되는 것 같다.  

 

 

중국은 볼 것이 너무 많은 나라다. 땅덩어리가 크니 볼 것도 많은 것 같다. 그리고 소수 민족도 많고 문명이 손길이 닿지 않는 곳도 많아, 지금도 원시 생활을 하는 곳이 산 속에 많이 있다고 한다. 언젠가는 그들과 함께 얼마간을 같이 생활해 보고 싶다.

 

 

중국은 마력을 가지고 있는 나라다. 중국이라고 그냥 뭉퉁그려서 말하니 그렇지, 사실 중국은 수십 나라나 마찬가지다. 쏼라쏼라 떠드는 그들 중에는 온갖 군상의 인간들이 다 있다. 중국을 알면 알수록 그 매력 또는 마력에 빠져들 것 같다.

 

 

내가 중국어를 배우겠다고 결심한 것은 참 잘한 일인 것 같고,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기본적인 중국어를 할 때까지 끝까지 노력해 볼 생각이다. 내가 중국어를 잘 할 수도 없고, 그렇게 하고 싶지도 않다. 간단한 중국어를 알아듣고 말 할 수 있으면 된다. 전에 어떤 사람이 4개국어를 말한다는 말을 듣고, 놀랍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나도 한국어와 영어는 할만큼 하고, 일본어도 기초 회화는 할 수 있고, 중국어도 일년 뒤에는 기초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것이 4개국어를 하는 것이라면, 웬만한 사람은 노력하면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물론 4개국어에 능통한 사람은 많지 않겠지만. 하여튼 영어는 확실히 알아두고, 나머지 외국어는 조금씩 여러 나라 말을 알아두는 것이 여행이나 여생을 즐기기에 좋은 선택인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올바른 길로 가는 것 같다.  아니, 잘 모르겠다. 어떻든 나는 내가 해야만 할 일은(Something that I must do) — 만약 있다면 그것이 무엇이든 — 하지 않을 것이다. 단지 내가 하고 싶은 일만을(Something that I want to do) — 설령 그것이 아무리 보잘 것 없다 하더라도 —  하면서 여생을 살아갈 것이다.   

 

 

 

(운남성 시리즈 끝)


 

(2009년 11월 30일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