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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행무상(諸行無常)
안녕하십니까? 그 동안 약 두 달 반 동안 거의 독서에만 몰두했습니다. 그 이야기입니다.
얼마 전에 그러니까 약 두달 반, 사당동 어떤 횟집에서 아는 분 다섯 명과 저녁 식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정도 식사가 끝나가고 술이 몇 잔 돌아가자 어떤 사람이 제행무상(諸行無常)이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그러더니 말을 이어 제법무아(諸法無我)라고 말했습니다. "이 세상 모든 것은 본질이 아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기억했습니다. 그러므로 일체개고(一切皆苦 )라고 말했습니다. "모든 것이 괴로움이다."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평소 같았으면 그냥 "술 한 잔 먹고 헛소리 하는구나"라고 생각했었을 일이, 아마 그 말이 옳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말은 계속 마음 속에서 맴돌았습니다.
다음 날 취기가 좀 사라지자 그 말에 대해서 알아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방에 있는 책장을 죽 살펴보니 모두다 영어 책이고 한글 책은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발견한 것이 홍순철 저 "불교 성서"라는 책입니다. 5년 전 경기도 안양에서 서울로 이사 올 때 문학 전집, 사상 전집 등 수 많은 책을 다 버리고 영어 책만을 이삿짐에 넣어 왔었습니다. 왜냐하면 앞으로 내가 한국문학이나 세계문학 전집을 읽어 볼 일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때 혹시 마음이 울적하거나 외로울 때면 읽어보려고, 바로 이 불경성서와 성경 두 가지 책만은 버리지 않고 가져왔는데, 마침내 그날 그 책을 꺼내 보았던 것입니다. 사실 이 불교성서는 전에 같이 근무했던 어떤 선생님의 형님이 쓰신 책인데 기념으로 저에게 주신 것입니다. 이것도 무슨 인연인지 모르겠습니다.
700페이지나 되는 이 불교 성서는 부처님의 생애, 부처님의 가르침, 그리고 용어 해설로 된 책입니다. 나는 우선 불교의 원리를 알아보기 위해 처음부터 읽지 않고 제 2부 불교의 근본 원리부터 읽었습니다. 불교에 관한 지식이라고 해봐야, "나무아미타불 관세음 보살",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 "수리수리 마하수리 ----"등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다른 사람을 따라서 외웠던 이상한 말 이외에는 들은 바가 없었기에 처음 읽는 것은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나는 두 가지 원칙을 세워서 읽었습니다.
처음에 나오는 법(法)이라든지, 사성제, 오온, 연기, 아트만, 브라만, 중도, 공, 무명, 진여 등의 불교 용어가 이해하기 어려웠으나, 여기저기 찾아보면서 읽어보니 이해 못할 정도로 어려운 것은 아니었습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불교는 종교라기 보다는 철학이요, 과학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불합리하지만 진리이니 믿어라,"도 아니요 "처음에는 이상할지 모르지만, 나중에 이것이 진리라는 것을 알게 된다."는 것이 아니라, "사실을 말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 맞아!, 맞아!" 하면서 읽어 내려갔습니다.
"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이 없다는 것"과 "모든 것이 괴롭다"는 것도 연관성이 없는 것 같지만 그것 또한 사실로 이해되었습니다. 당장 하루만 굶어도 괴롭고, 겨울에 한 시간만 추위에 노출되어도 괴롭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야져야 하고, 싫은 사람과 만나야 합니다. 또 우리는 모두 늙고 병들고 죽습니다. 이것은 모든 것이 변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입니다. 이런 당연한 사실을 망각하고 본질을 알지 못하면서 과거를 붙잡고 늘어지려고 하기 때문에 괴롭다는 것입니다.
부처님은 대단한 논리학자라는 생각이 들었고, 소크라테스와 이야기를 한다면 정말 흥미진진하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자와 이야기할 때 한 단계 한 단계 물으면서 확인해가는 모습이 초등학교 선생님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여튼 나는 여기서 불교 강좌를 할 생각이 없고, 그 동안 내가 어떤 과정을 밟아 공부를 했는가를 밝히는 것이 그 목적이므로 다음으로 나가고자 합니다.
그러면 고다마 싯다르타 부처님은 도대체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게되었는지 궁금했습니다. 그는 많은 생각을 우파니샤드라는 브라만교 경전에서 배웠다는 것을 나는 알게되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석지현씨가 해설한 우파니샤드라는 책을 샀습니다.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아트만(본질)과 브라만(이것도 역시 본질)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쇼펜하우어, 니체, 흄 등이 읽고 크게 영향을 받았다는 책입니다. "우파니 샤드는 무더운 여름밤, 바람부는 바다와 같다. 모든 종교적 정서와 모든 위대한 윤리를 포함하고 있다. 그것은 지극히 고상하며 끊임없이 우리 영혼에 시적인 영감을 불어넣고 있다."라고 에머슨은 말했다고 합니다. 정말 다시 공부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나는 인도 철학을 공부해 보고 싶습니다. 인도 철학은 모든 것을 포용하고 포함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우파니샤드에 있는 한 구절을 인용합니다. 그중 읽으면 알 수 있는 것을 소개합니다. "모든 감촉의 합일점은 피부다. 모든 냄새의 합일점은 코다. 모든 맛의 합일점은 혀다. 모든 색과 형상의 합일점은 눈이다. 모든 소리의 합일점은 귀다. 모든 생각의 합일점은 의식이다. 모든 지(知)의 합일점은 마음이다. 모든 행위의 합일점은 손이다. 모든 쾌락의 합일점은 성기(性器)다. 모든 보행의 합일점은 발이다. 그리고 이 모든 베다(경전. 우파니샤드는 그 중의 일부)의 합일점은 언어다." 하지만 대부분의 우파니샤드는 난해하고 심오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나는 다른 정신적 지도자들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오쇼가 지은 위대한 만남이라는 책을 구입했습니다. 이 책은 그의 강연 내용을 모아 놓은 것인데 오쇼 본인 말에 의하면 그는 10만권 이상의 책을 읽었다고 합니다. 이것을 계산해보니 하루에 10권씩 10년 동안 읽은 셈이 되었습니다. 그의 말이 사실이든 아니든, 이 책은 20명의 정신적 지도자들에 관한 이야기인데, "예수, 붓다, 치요노, 크리슈나, 장자, 칼릴 지브란, 노자, 소크라테스"등도 20명 중에 들어있습니다.
그 책의 구르지예프에 관한 것 중 다음과 같은 말이 있습니다.
헤라클레이토스에는 다음과 같은 말도 있습니다.
그 다음 나는 세계의 종교에 대해 관심이 생겼습니다. 좀 넓게 보고자 했기 때문입니다. 일본인 유다 유타카가 쓴 세계의 종교라는 책을 구입했습니다. 이 책은 유대교, 기독교, 베다교, 불교, 이슬람교, 힌두교에 관한 개괄서입니다. 그는 "신이 존재한다면 더구나 전지전능하다면, 신이 창조한 이 세계에서 인간이 고통받을 수밖에 없다는 현실은 도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좋단 말인가?"로 시작하며 자기 나름의 종교관을 펼쳐나갑니다. "신이 우주를 창조했다고 해도 그 행위에는 어떠한 동기도 목적도 없었으며 창조란 기껏해야 신의 장난에 불과하다."라는 샹카라의 말도 인용합니다.
다음으로 나는 실제 불교 경전을 읽어보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구입한 것이 금강경이었습니다. "기독교인이 읽는 금강경"이란 책인데 이현주 목사가 해설한 책입니다. 끊임없이 나오는 구절 "아뇩다라 삼먁삼보리"라는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나는 이것이 너무 궁금하여 영어로 된 금강경도 구입해 보았는데 아뇩다라 삼먁삼보리는 the utmost right and perfect enlightenment라고 되어 있었습니다. "최고로 완벽한 깨달음"이라고 해야할까요? 제자 수보리와 부처님과의 대화로 되어 있는 이 금강경은 내가 보고 믿는 것이 사실은 본질이 아님을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즉 제법무아를 이야기하는 것일 것입니다. 작가 이현주 목사의 말대로 "금강경 전체가 끊임없는 우상 부수기"이었습니다.
그 다음으로 읽은 책이 반야심경 강의입니다. 200페이지가 되는 이 책은 한 페이지가 원문이고 나머지 199페이지는 원문에 대한 해석으로 되어 있는 참으로 허망한 책이었습니다. 노무현대통령 장례식 때 스님이 나와서 "관자재보살 행심반야바라밀다시 ------모제 사바하"로 염불한 내용입니다. 영화제목에도 있는 "색즉시공 공즉시색"이라는 어구가 들어있는 경입니다. 한 마디로 모든 것이 공(空)하다는 것입니다. 사실 공이라는 말은 심오한 말입니다. 제가 나중에 읽게 된 용수라는 인도 사람의 공(空)사상에서 나온 말입니다.
8만 대장경이라는 말은 들은 적이 있기에 그 많은 것을 언제 어떻게 할 것인지 감이 잡히지 않아 나는 내가 읽으면 좋을 경을 찾고자 "불교 경전의 이해"라는 책을 구입했습니다. 개괄적으로 경전의 종류에 대해 알아보고 그 중에서 몇 가지만 더 구해서 읽어 볼 생각이었습니다. 그 책은 불교의 역사에 대해서 언급하고 중요한 경전 60권을 해설한 책이었습니다. 그 책을 읽고, 나는 초기 경전인 아함경, 숫타니파타, 법구경을 읽기로 했고, 화엄사상을 좀 알기 위해 화엄경을 읽기로 했습니다.
제가 가장 감명을 받은 것은 숫타니파타경입니다. 내가 무엇이라 말하는 대신 몇 구절을 인용할까 합니다. <사귐이 깊어지면 애정이 싹트고
<어느 곳이든 가고 싶은 대로 가거라.
<인간의 목숨은 예측할 수 없고 <살아있는 존재는 죽음을 피할 수 없다.
<우리는 온 곳도 모르고 가는 곳도 모른다.
그 다음 아함경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것도 한 구절 인용합니다. 마침 술에 대해 부처님이 말씀하신 것이 있었습니다.
<술에 빠지면 다음과 같은 다섯가지 과오가 생긴다.
지옥을 묘사한 것도 흥미있습니다. 몇 가지 예를 들면
*오늘은 여기서 끝냅니다. 써 놓고 보니 제가 느꼈던 감격적인 장면을 잘 묘사하지 못했군요.
*여기 사진은 모두 2009년 5월 14일에 촬영한 안면도 꽃 박람회 사진입니다.
(2009년 6월 4일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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