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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제행무상 1 (Everything is changing)

Albatross(곽영을/郭泳乙) 2012. 8. 5. 07:51

 

 

 

 

 

제행무상(諸行無常)

 

 

안녕하십니까? 그 동안 약 두 달 반 동안 거의 독서에만 몰두했습니다. 그 이야기입니다.

 

 

얼마 전에 그러니까 약 두달 반, 사당동 어떤 횟집에서 아는 분 다섯 명과 저녁 식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정도 식사가 끝나가고 술이 몇 잔 돌아가자 어떤 사람이 제행무상(諸行無常)이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그러더니 말을 이어 제법무아(諸法無我)라고 말했습니다. "이 세상 모든 것은 본질이 아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기억했습니다. 그러므로 일체개고(一切皆苦 )라고 말했습니다. "모든 것이 괴로움이다."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평소 같았으면 그냥 "술 한 잔 먹고 헛소리 하는구나"라고 생각했었을 일이, 아마 그 말이 옳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말은 계속 마음 속에서 맴돌았습니다.  

 

 

 

 

 

 

다음 날 취기가 좀 사라지자 그 말에 대해서 알아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방에 있는 책장을 죽 살펴보니 모두다 영어 책이고 한글 책은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발견한 것이 홍순철 저 "불교 성서"라는 책입니다. 5년 전 경기도 안양에서 서울로 이사 올 때 문학 전집, 사상 전집 등 수 많은 책을 다 버리고 영어 책만을 이삿짐에 넣어 왔었습니다. 왜냐하면 앞으로 내가 한국문학이나 세계문학 전집을 읽어 볼 일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때 혹시 마음이 울적하거나 외로울 때면 읽어보려고, 바로 이 불경성서와 성경 두 가지 책만은 버리지 않고 가져왔는데, 마침내 그날 그 책을 꺼내 보았던 것입니다. 사실 이 불교성서는 전에 같이 근무했던 어떤 선생님의 형님이 쓰신 책인데 기념으로 저에게 주신 것입니다. 이것도 무슨 인연인지 모르겠습니다.

 

 

 

 

 

 

700페이지나 되는 이 불교 성서는 부처님의 생애, 부처님의 가르침, 그리고 용어 해설로 된 책입니다. 나는 우선 불교의 원리를 알아보기 위해 처음부터 읽지 않고 제 2부 불교의 근본 원리부터 읽었습니다. 불교에 관한 지식이라고 해봐야, "나무아미타불 관세음 보살",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 "수리수리 마하수리 ----"등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다른 사람을 따라서 외웠던 이상한 말 이외에는 들은 바가 없었기에 처음 읽는 것은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나는 두 가지 원칙을 세워서 읽었습니다.

 

 


1)처음 읽어서 무슨 말인지 모르면, 다시 읽는다.
2)그래도 모르면 인터넷에서 찾아 본다. 그래도 모르면 글을 쓴 사람이나 번역한 사람의 잘못이라고 생각하고 내 탓으로 돌리지 않는다.

 

 

 

 

 

 

 

처음에 나오는 법(法)이라든지, 사성제, 오온, 연기, 아트만, 브라만, 중도, 공, 무명, 진여 등의 불교 용어가 이해하기 어려웠으나, 여기저기 찾아보면서 읽어보니 이해 못할 정도로 어려운 것은 아니었습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불교는 종교라기 보다는 철학이요, 과학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불합리하지만 진리이니 믿어라,"도 아니요 "처음에는 이상할지 모르지만, 나중에 이것이 진리라는 것을 알게 된다."는 것이 아니라, "사실을 말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 맞아!, 맞아!" 하면서 읽어 내려갔습니다.

 

 

"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이 없다는 것"과 "모든 것이 괴롭다"는 것도 연관성이 없는 것 같지만 그것 또한 사실로 이해되었습니다. 당장 하루만 굶어도 괴롭고, 겨울에 한 시간만 추위에 노출되어도 괴롭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야져야 하고, 싫은 사람과 만나야 합니다. 또 우리는 모두 늙고 병들고 죽습니다. 이것은 모든 것이 변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입니다. 이런 당연한 사실을 망각하고 본질을 알지 못하면서 과거를 붙잡고 늘어지려고 하기 때문에 괴롭다는 것입니다.

 

 

부처님은 대단한 논리학자라는 생각이 들었고, 소크라테스와 이야기를 한다면 정말 흥미진진하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자와 이야기할 때 한 단계 한 단계 물으면서 확인해가는 모습이 초등학교 선생님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여튼 나는 여기서 불교 강좌를 할 생각이 없고, 그 동안 내가 어떤 과정을 밟아 공부를 했는가를 밝히는 것이 그 목적이므로 다음으로 나가고자 합니다.

 

 

그러면 고다마 싯다르타 부처님은 도대체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게되었는지 궁금했습니다. 그는 많은 생각을 우파니샤드라는 브라만교 경전에서 배웠다는 것을 나는 알게되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석지현씨가 해설한 우파니샤드라는 책을 샀습니다.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아트만(본질)과 브라만(이것도 역시 본질)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쇼펜하우어, 니체, 흄 등이 읽고 크게 영향을 받았다는 책입니다. "우파니 샤드는 무더운 여름밤, 바람부는 바다와 같다. 모든 종교적 정서와 모든 위대한 윤리를 포함하고 있다. 그것은 지극히 고상하며 끊임없이 우리 영혼에 시적인 영감을 불어넣고 있다."라고 에머슨은 말했다고 합니다.  정말 다시 공부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나는 인도 철학을 공부해 보고 싶습니다. 인도 철학은 모든 것을 포용하고 포함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우파니샤드에 있는 한 구절을 인용합니다. 그중 읽으면 알 수 있는 것을 소개합니다. "모든 감촉의 합일점은 피부다. 모든 냄새의 합일점은 코다. 모든 맛의 합일점은 혀다. 모든 색과 형상의 합일점은 눈이다. 모든 소리의 합일점은 귀다. 모든 생각의 합일점은 의식이다. 모든 지(知)의 합일점은 마음이다. 모든 행위의 합일점은 손이다. 모든 쾌락의 합일점은 성기(性器)다. 모든 보행의 합일점은 발이다. 그리고 이 모든 베다(경전. 우파니샤드는 그 중의 일부)의 합일점은 언어다." 하지만 대부분의 우파니샤드는 난해하고 심오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나는 다른 정신적 지도자들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오쇼가 지은 위대한 만남이라는 책을 구입했습니다. 이 책은 그의 강연 내용을 모아 놓은 것인데 오쇼 본인 말에 의하면 그는 10만권 이상의 책을 읽었다고 합니다. 이것을 계산해보니 하루에 10권씩 10년 동안 읽은 셈이 되었습니다. 그의 말이 사실이든 아니든, 이 책은 20명의 정신적 지도자들에 관한 이야기인데, "예수, 붓다, 치요노, 크리슈나, 장자, 칼릴 지브란, 노자, 소크라테스"등도 20명 중에 들어있습니다.  

 

 

 

 

 

 

그 책의 구르지예프에 관한 것 중 다음과 같은 말이 있습니다.
<보통 그대는 "먼저 믿지 않으면 진리를 찾을 수 없다"는 말을 들으며 살았다. 하지만 진실은 정반대다. 믿음은 진리로 가는 다리가 아니다. 믿음은 장애물일 뿐이다. 믿는 자는 결코 찾지 못한다. 그들은 찾지 않기 때문이다.>

 

 

헤라클레이토스에는 다음과 같은 말도 있습니다.
<같은 강물에 발을 두 번 담글 수 없다(이문열 삼국지에도 나오는 표현). 그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집착하지 말라. 집착은 지옥을 불러온다. 집착하는 마음이 곧 지옥이요. 집착하지 않고 깨어있는 의식이 곧 천국이다. 우리는 항상 기분과 함께 산다. 기분이 오면 오는 대로 받아들이라. 그 변화를 받아 들이라. 불평도 할 필요가 없고 불만도 할 필요가 없다. 삶은 변화하는 것이다. 만물은 변화하는 것이다. 그대가 흐름을 거스르고자 해도 그 흐름을 변화시킬 수 없다.>

 

 

 

 

 

 

그 다음 나는 세계의 종교에 대해 관심이 생겼습니다. 좀 넓게 보고자 했기 때문입니다. 일본인 유다 유타카가 쓴 세계의 종교라는 책을 구입했습니다. 이 책은 유대교, 기독교, 베다교, 불교, 이슬람교, 힌두교에 관한 개괄서입니다. 그는 "신이 존재한다면 더구나 전지전능하다면, 신이 창조한 이 세계에서 인간이 고통받을 수밖에 없다는 현실은 도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좋단 말인가?"로 시작하며 자기 나름의 종교관을 펼쳐나갑니다. "신이 우주를 창조했다고 해도 그 행위에는 어떠한 동기도 목적도 없었으며 창조란 기껏해야 신의 장난에 불과하다."라는 샹카라의 말도 인용합니다.

 

 

 

 

 

다음으로 나는 실제 불교 경전을 읽어보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구입한 것이 금강경이었습니다. "기독교인이 읽는 금강경"이란 책인데 이현주 목사가 해설한 책입니다. 끊임없이 나오는 구절 "아뇩다라 삼먁삼보리"라는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나는 이것이 너무 궁금하여 영어로 된 금강경도 구입해 보았는데 아뇩다라 삼먁삼보리는 the utmost right and perfect enlightenment라고 되어 있었습니다. "최고로 완벽한 깨달음"이라고 해야할까요? 제자 수보리와 부처님과의 대화로 되어 있는 이 금강경은 내가 보고 믿는 것이 사실은 본질이 아님을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즉 제법무아를 이야기하는 것일 것입니다. 작가 이현주 목사의 말대로 "금강경 전체가 끊임없는 우상 부수기"이었습니다.   

 

 

 

 

 

그 다음으로 읽은 책이 반야심경 강의입니다. 200페이지가 되는 이 책은 한 페이지가 원문이고 나머지 199페이지는 원문에 대한 해석으로 되어 있는 참으로 허망한 책이었습니다. 노무현대통령 장례식 때 스님이 나와서 "관자재보살 행심반야바라밀다시 ------모제 사바하"로 염불한 내용입니다. 영화제목에도 있는 "색즉시공 공즉시색"이라는 어구가 들어있는 경입니다. 한 마디로 모든 것이 공(空)하다는 것입니다. 사실 공이라는 말은 심오한 말입니다. 제가 나중에 읽게 된 용수라는 인도 사람의 공(空)사상에서 나온 말입니다.

 

 

 

 

 

 

8만 대장경이라는 말은 들은 적이 있기에 그 많은 것을 언제 어떻게 할 것인지 감이 잡히지 않아 나는 내가 읽으면 좋을 경을 찾고자 "불교 경전의 이해"라는 책을 구입했습니다. 개괄적으로 경전의 종류에 대해 알아보고 그 중에서 몇 가지만 더 구해서 읽어 볼 생각이었습니다. 그 책은 불교의 역사에 대해서 언급하고 중요한 경전 60권을 해설한 책이었습니다. 그 책을 읽고, 나는 초기 경전인 아함경, 숫타니파타, 법구경을 읽기로 했고, 화엄사상을 좀 알기 위해 화엄경을 읽기로 했습니다.

 

 

 

 

 

 

제가 가장 감명을 받은 것은 숫타니파타경입니다. 내가 무엇이라 말하는 대신 몇 구절을 인용할까 합니다.

<사귐이 깊어지면 애정이 싹트고
사랑이 있으면 거기 고통의 그림자가 따르나니,
사랑으로부터 불행이 시작되는 것을 깊이 관찰하고
저 광야를 가고 있는 코뿔소의 외뿔처럼 혼자 가거라.>

 

<어느 곳이든 가고 싶은 대로 가거라.
해치려는 마음은 갖지 말고
무엇을 얻든 그것으로 만족해하라.
이 모든 고난을 묵묵히 참고 견디며 조금도 두려워하지 말고
저 광야를 가고 있는 코뿔소의 외뿔처럼 혼자가거라.>

 

 

 

 

 

 

<인간의 목숨은 예측할 수 없고
언제까지 살지 알 수도 없다.
그리고 살아가는 동안에도
괴로움은 언제나 그림자처럼 뒤따른다. >

<살아있는 존재는 죽음을 피할 수 없다.
늙으면 이윽고 죽음이 오나니
이것이 바로 살아있는 것들의 운명이다.>

 

<우리는 온 곳도 모르고 가는 곳도 모른다.
탄생과 죽음의 이 양 끝을 모르면서
왜 그리 구슬피 울고만 있는가?>

 

 

 

 

 

 

그 다음 아함경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것도 한 구절 인용합니다. 마침 술에 대해 부처님이 말씀하신 것이 있었습니다.

 

<술에 빠지면 다음과 같은 다섯가지 과오가 생긴다.
재산의 손실을 입고, 다툼이 잦아지며, 쉽게 병에 걸리고, 악평을 듣게 되며, 벌거숭이가 되어 치부를 드러내게 되며, 지혜의 힘이 약해진다.> 아마 이 당시에 술에 취해 옷을 벗고 길바닥에 누워있는 사람들이 많았던 듯 합니다.

 

 

 

 

 

지옥을 묘사한 것도 흥미있습니다. 몇 가지 예를 들면
1. 머리를 갈아 벌겋게 달구어진 철환을 집어넣어 골수를 부글부글 끓어오르게 한다.
2. 윗입술 목둘레의 살을 찢고 머리를 한 갈래로 묶어 살과 머리를 동시에 벗겨 머리 뚜껑을 모래로 문질러 씻어 조개처럼 하얗게 보일 때까지 문지른다.
3. 막대기로 입을 벌려 입 안 깊숙히 등불을 켜거나, 또는 귀 밑에서 입까지 정으로 찔러 입안 가득히 붉은 피가 흘러나오게 한다.
4. 온 몸을 기름묻은 헝겁으로 감싸 불을 붙인다.
5. 칼로 몸의 여기저기에 상처를 내어 잿물을 부어넣어 살갗, 살, 근육이 흘러나와 뼈만 남게 한다.
6. 분뇨지옥에서는 죄지은 사람을 똥 구덩이에 집어넣으면 예리한 촉이 있는 벌레가 피부를 뚫고 들어가 살을 파괴하고 근육을 파괴하고 골수를 파 먹는다.
<이것은 본문에 나오는 것이 아니라, 해설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기타 형벌은 무궁무진합니다. 지옥이 136개가 된다고 하는데, 가장 무서운 죄는 어머니를 죽인죄로 그런 죄를 저지르면 무간지옥에 떨어진다고 합니다. 그 벌이야 말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사람을 뜨거운 불로 말려서 껍질을 벗기고 말못할 고생을 시킨 뒤에 다시 살려서 처음부터 이런 고통을 다시 가 한다고 하는데, 하루에도 여러번 이런다고 하니, 정말 인간의 상상력이란 끝도 절도 없나 봅니다.

 

 

 

 

 

*오늘은 여기서 끝냅니다. 써 놓고 보니 제가 느꼈던 감격적인 장면을 잘 묘사하지 못했군요.

 


앞으로 2-3회 더 쓰겠습니다. 기독교나 이슬람교 등을 믿는 신자 중 본 글에 불만족하거나 기분 나쁜 분이 계시면 너그럽게 용서해 주시길 바랍니다. 사실 저는 그냥 호기심에서 책을 읽었을 뿐이고, 불교 신자도 아니고 기독교 신자도 아닙니다.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하지만 누가 알겠습니까?  제행무상(諸行無常)이라 했으니!

 

 

*여기 사진은 모두 2009년 5월 14일에 촬영한 안면도 꽃 박람회 사진입니다.

 

(2009년 6월 4일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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