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을 하면서
툭하면 연속극을 보거나 홈쇼핑 방송을 보는 사람을 멸시하는 눈초리로 보면서, "저것 보다는 훨씬 더 생산적인 일이 많을 텐데 현실에 안주하다니 젊은 사람이 참 안됐다"라는 생각을 나는 자주 했었다. 집에 와서 저녁 식사를 하고, 반쯤 누워서 리모콘을 손에 딱 쥐고서는 여기저기 TV 채널을 왔다갔다하는 사람을 내심 한심한 족속으로 여겼던 것이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내가 바로 그런 사람이 된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여기저기 홈쇼핑을 하면서 물건 사는 재미를 느끼게 된 것이다. 김치부터 시작해서 고등어, 오징어, 닭발 등은말할 것도 없고 메셍이라는 이끼와 같은 것을 사서 먹어보았다. 음식뿐만 아니라, 신발, 바지, 모자, 티셔츠 등은 말할 것도 없고, 공유기, 메모리카드, 디엠비 안테나, 내비게이션 등도 마구 샀다.
연속극도 마찬가지다. 전에는 사극이 아니면 연속극은 보지 않았는데, 이제는 칠공주라는 것에 심취하게 되었고, 사랑과 전쟁이라는 프로그램도 자주 본다.
연속극을 보면서 작가의 천재성을 깨닫는다. 어떻게 책상에 가만히 앉아서, 저런 말을 생각해 낼까? 한 때는 나도 글쓰는 직업을 가져볼까도 생각을 해 보았었는데, 얼마나 무모한 생각이었는가?
내가 어떻게 생각하든 많은 사람들이 하는 일은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 사람들이 하는 일을 얏잡아보거나 웃기는 짓이라고 생각하지 말아야한다. 동전 몇 푼 잃고 우는 아이의 마음을 달래는 일이, 대학에서 물리학을 가르치는 교수만큼 중요한 일일지도 모른다. 무슨 일이든지 우리가 하는 일은 중요한 일이며, 그 중요한 일을 하는
우리는 모두 중요하다. 비록,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일"을 한다 하더라도 말이다. 오늘 밤은 정말 가벼운 마음으로 한강을 따라 걸을 것이다. 그리고 내일은 아주 편안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또 연속극을 보고 홈쇼핑 채널을 여기저기 돌리는 기쁨을 맛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