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5월 파키스탄>
어떤 거지
나는 보통 아침 7시에 집을 나서 강변역에서 전철을 타고 출근을 한다. 그런데 이렇게 이른 시간에 역 앞에서 엎드려서 구걸을 하는 거지를 일 주일에 몇 번씩 본다. 50살 정도의 나이에 피부는 검으며, 약간 살이 찐 이 사람은 땅에 엎드린 채 다리를 덜덜 떨면서 옆에 있는 플라스틱 바구니를 힐끗힐끗 본다. 아마 얼마나 돈이 들어왔는지 확인하는 것일 게다. 다리를
쓰지 못하는 노인이 엎드려 있으니 보는 이로 하여금 측은지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해서 아마 하루 수입이 꽤 될 것으로 짐작이 되었다.
그런데 어느 날, 무슨 일 때문에 내가 좀 일찍 학교에 갈 일이 생겨 6시 반쯤 그 사람이 있는 곳을 지나가게 되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사람이 그 곳으로 출근하는 시간이 바로 그때였던 것이다. 그는 멀쩡한 사람처럼 보였다. 어딘가에서 성큼성큼 걸어와 여기저기 주위를 살피더니 어깨에 멘 큰 자루에서 플라스틱 돈통을 꺼내고, 머리를 받칠 수건 뭉치를 땅에
내려놓고, 땅에 엎드리더니 다리를 떨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나는 그 사람에 대해 속은 것이 분했고, 「그러면 그렇지, 당신 거짓으로 돈벌었군. 당신 얼굴에 당신이 그런 사람이라고 다 써 있었어.」라고 중얼 거리면서 개운치 않은 마음으로 전철에 몸을 실었다.
전철 속에서 신문을 읽으려고 했지만, 그 사람에 대한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신문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런데 그 순간 그 사람을 욕하기 전에 「그 사람이 왜 그렇게 해야만 했을까?」라는 생각이 머리 속을 스쳐 지나갔다. 피치 못하게 그의 환경이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는지 모르며, 겉보기와는 달리 그 사람은 속병이라도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으면, 집에 돈이 있건 없건, 그런 생활이 정말 편하고 행복한 생활이었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그 사람 성격에 그것이 가장 알맞은 직업이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아니 우리 선생은, 아니 나는, 말썽꾸러기라고 생각되는 아이를 볼 때마다 「다른 아이들은 그러지 않는데, 저 놈은 왜 저런 행동을 하여 내 속을 긁어 놓지?」라는 생각을 한다. 「저 놈만 이 교실에 없으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아이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본래 태생이 그러한지라 고치려고 해도 고칠 수가 없는지도 모르고,
내가 그 학생에 대하는 태도에 그 나름으로 반항의 표시인지도 모른다. 내가 그가 아닌 한, 나는 그에 대해 편견만을 갖고 있을 뿐이다.
우리는 우리 주위에 있는 모든 것에 편견을 갖고 산다. 어떻게 보면 이런 편견은 인간이라는 제약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인지도 모른다. 내가 그렇듯, 다른 사람도 나에 대해 많은 편견을 갖고 있을 것이다. 사람은 다른 사람이 해주는 충고를 가장 싫어하는 것 같다. 나도 다른 사람이 나에게 해주는 충고가 싫다. 상대방에 대해 편견을 갖는 것은 자유이나, 이것을
말이나 행동으로 표현하는 일은 자유가 아닌 것 같다. 꼭 상대방에게 충고를 줄 경우라면, 정말 조심하고 또 조심해서 표현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상대방이 기분이 덜 나쁘도록, 「If I were you」라는 영어 표현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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