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Beautiful the Nature is! - Albatross

Essays

영선이(Youngsun, a student of mine)

Albatross(곽영을/郭泳乙) 2012. 7. 28. 07:23

 

 

 

 

<2011년 중국>

 

 

 

 

영선이

 



영선이는 교사를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은 시절, 내가 가르치던 1학년 학생이었다. 얼굴이 얼마나 예쁘고 자세가 바른지 그 반에 수업을 들어오는 선생님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해댔다. 선생님을 해바라기 바라보듯 ,조금도 시선이 빗나가지 않았고, 얼굴에는 항상 미소가 가득 찼으며, 공책 또한 질서정연하고 깔끔했었다. 그 나이 또래의 사춘기 아이들이 총각선생님을 미래의 남편으로 착각하듯, 총각이었던 나도 그 학생을 미래의 아내의 모델로 가끔 착각하곤 했었다.



그런데 처음 중간 고사가 있은 후, 선생님 모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영선이의 성적이 그 반에서 최하위였던 것이다. 영어 과목만 그런 것이 아니고 거의 모든 과목이 그랬다. 눈을 비비고 다시 보아도 역시 그랬다. 세상에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이 꼴찌라니,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떻게 해서 그렇게 되었는지 묻고도 싶었으나, 꼴찌인 학생에게 꼴찌를 주제로 이야기한다는 것이 보통 용기로는 어려운 일이었다.



사람은 가면을 쓰고 산다. 그 가면이 어떤 종류의 가면이든, 그 두께가 얼마나 되건 모두 가면을 쓰고 산다. 아무리 솔직하게 말하고 행동한다 해도, 완전히 가면을 벗을 수는 없을 것이다. 자신을 보호하려는 본능이 자신의 단점을 숨기게 하는 것이다. 영선이의 가면 뒤의 삶이 얼마나 괴롭고 고달팠을까를 생각하니 눈물이 났다. 선생님에게 실망을 시켜드리지 않으려고, 모르는 것을 아는 척하며 쏟아지는 졸음을 참아가며 얼마나 노력을 했으면 부처님같은 미소를 한 시간 내내 띄고 있었을까? 모든 선생님들이 매일 착하고 예쁘고 여자답다는 칭찬의 말에 걸맞게 살려고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했을까?



사람은 가끔 가면을 벗고 본성을 드러내어 허튼 짓을 하면서 살아야 한다. 아무도 안 보든데서 침도 뱉고(보는데서 뱉어도 상관이 없다), 컴컴한 밤 중에 길 모퉁이에서 소변도 보아야 한다. 아무리 얌전해도 가끔 나이트클럽에서 미친 척 춤도 춰보고, 강연에 참석하여 잘 난 척 질문도 하여야 한다. 코를 손으로 풀어 나뭇잎에 닦아보기도 해야 하고, 술에 취해 지나가는 여자를 한 동안 바라볼 용기도 가져야한다(술에 취하지 않아도 상관이 없다. 옆에 마누라만 없으면). 나에게 씌워진 「너는 참 착하고 예의 바르고 품행이 바르구나. 너 같은 사람이 어디 나쁜 짓을 할 수 있느냐」라는 굴레를 훨훨 벗어 던지고, 아주 평범한 보통의 인간으로 살 때, 진정한 자기 삶을 찾을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으면 영선이처럼 다른 사람 눈치만 보다가, 많은 세월이 지난 후, 지나간 세월 속에 너무 많은 것을 잃고,  후회의 눈물을 흘리며 살 날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Essays'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찌코(Mitiko, a Japanese friend)  (0) 2012.07.28
중년이라는 나이(Middle Age)  (0) 2012.07.28
원산폭격(On the head and two feet)  (0) 2012.07.28
상윤이(A Friend of Mine, Sangyun)  (0) 2012.07.28
홈쇼핑(Home Shopping)  (0) 2012.0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