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Beautiful the Nature is! - Albatross

Essays

상윤이(A Friend of Mine, Sangyun)

Albatross(곽영을/郭泳乙) 2012. 7. 28. 07:03

 

 

 

 

<2002년 여름 서울 보라매 공원>

 

 

 

 

상윤이



지금은 고인이 된 초등학교 친구 상윤이는 다른 아이들보다 몸이 약하고, 착하고 또 마음씨가 자상했다. 다른 친구의 꼬봉 노릇을 많이 하였는데, 예컨대 힘센 아이들의 가방을 들고 다닌다든지 심부름을 도맡아 했으며, 어떤 때는 지상에 있는 장애물 위에 엎드려 자신을 밟고 지나게하는 지나친 충성심을 보이기도 했었다.

그가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고 귀여운 아내와 잘 살고 있던 어느 날이었다. 다른 친구가 몰고가는 짚을 높이 실은 경운기를 타고 집으로 오는 중이었다. 그런데 대문 기둥과 기둥을 연결한 상판에 자기 몸이 통과할 수 있을지 없을지 애매한 상황이었다. 즉, 허리를 굽히면 통과할듯 말듯한 상황이었다. 운전수가 지나가도 되겠냐가 물었을 때, 그는 영원히 후회할 결단을 내린다. 「그래 통과할지 못할지 모르지만 가봐」라고 말하고 허리를 굽혔다. 경운기는 대문을 통과했고, 대문이 너무 낮은지라 그야말로 그의 허리가 글자 그대로 뚝 부러지고 말았다. 이 모습을 상상한다는 것 자체가 참으로 두려운 일이지만 사실은 사실이었다.

그후로 그는 하반신을 못 쓰게 되었다. 당연히 소변 대변을 아내가 받아내게 되었고, 스트레스를 견디다 못한 아내는 얼마 후 집을 떠났다. 그후 어머니가 그를 돌보았다. 그 자신도 운동도 부족하고, 통증도 심하고, 스트레스도 쌓여서, 결국 몇년이 지난 후 40대 후반에 그는 세상을 떴다.

 

언젠가 그를 방문한 친구의 말에 따르면, “나는 어떻게 살아?”라고 말하면서 눈물을 글썽였다는 것이다. 어떠한 말도, 어떠한 동정심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상황을 뒤로 하고 문병 갔던 친구는 발걸음을 옮겨야 했었다.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며칠 동안 잠을 자기 힘들었다. 일손이 잡히지 않았다. 거리를 걷기도 하고, 산에도 가봤지만, 그 생각은 한 동안 나를 떠나지 않았다.  

병원에 가보라. 자기가 죽는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는 사람들, 그러나 자기만은 죽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하다가, 결국은 죽어가는 사람들, 사람들이 넘쳐난다. 온몸을 땀으로 적시는 고통 속에서 나를 죽여달라고 외치는 사람들도 있다.

 

한번 생각해 보자. 예를 들어, 병실에 누워 꼼짝 못하고 평생을 살아가야할 어떤 사람이 "내가 당신에게 1000억을 주겠소. 대신, 당신이 평생 이 자리에 누워있으시오"라고 말하면 나는  분명히 "No"라고 말할 것이다. 그런 것을 보면 나의 건강한 몸 자체가 이미 1000억이 넘는다는 이야기다.

지금 뭘 더 바라랴. 건강한 몸, 아니 건강하지 않다하더라도, 내가 가고 싶은데 갈 수 있는 몸을 가진 지금이 내 인생의 가장 행복한 때이리라. 나는 행복 덩어리 그 자체다. 정말 「나는 행복합니다」라고 말하면서, 팔을 높이 들고, 웃으면서 길거리를 헤매고 다녀야 할지도 모른다. 결국 건강 그 자체가 행복 그 자체인 것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될지 안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에라 모르겠다. 한번 해보자」라는 말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야 할 것이다. 지금 이 나이에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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