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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여행기 4 "민도로 섬" (Philippines 4: Mindoro Island)

Albatross(곽영을/郭泳乙) 2012. 7. 28. 10:54

 

필리핀 여행기 4

 

민도로 섬 여행

 

 

보라카이 섬을 아무도 가보지 못한 우리 일행은, 함께 그 섬에 가보기로 했다. 마닐라에는
교민 신문이 몇 개 있어서 한국인들은 그 신문에서 여러 정보를 얻는다. 몇 가지 신문 광고를
읽고, 현지에서 한국인이 운영하는 여행사에 가보았으나, 요구하는 요금이 한국에서
보라카이 가는 요금과 별 차이가 없었다. 누가 먼저 말했는지 모르지만, 우리는 여행사의
도움없이 마닐라에서 보라카이 섬까지 버스와 지프니, 그리고 배만을 이용하여 가보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했다. 사실 우리 나라의 시골에 가보면 아스팔트가 쫙쫙 깔려있어서
우리 나라처럼 교통이 좋은 나라도 드물다. 하지만 필리핀은 한국이 아니다. 지도상에 나와
있는 큰 길도 비포장이 대부분이며, 하루에 한, 두 번 버스가 다니는 곳이 비일비재하다.
좋은 생각이기는 하나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우리가 여행한 경로>

 

 

한국인 중 그렇게 여행한 사람이 있는지 인터넷을 찾아 보았으나 그런 글을 발견할 수
없었다. Lonely series인 Philippines를 찾아보니 길이 있기는 있는 것처럼 보였다.
마닐라에서 아래로 내려가면 항구가 나오는데 바탕가스라는 항구다. 그 항구에서 배를
타고 가면 민도로섬이 나온다. 그 섬의 남쪽 끝 부분에 있는 로하스로 가면 카티끌란으로
가는 항로가 있다. 거기서 다시 배를 타고 가면 보라카이 섬이 나올 것이다.
(위 지도를 참고하여 노 을 확인하여주기 바란다. 왜냐하면 지점만을 나열하면
뭔소리인지 전혀 모를 것이기 때문이다.)

 

 

한 시간 정도 연구한 우리는 죽든살든 가보기로 했다. 떠나올 때 인천 공항에서
35000원짜리 보험까지 들었으니, 납치되면 그 돈으로 메우면 되고, 만약 우리가 죽으면,
자식은 그 돈으로 호화호식은 못해도 아버지 원망은 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리고
서양인 중에는 이 길을 간 사람이 분명히 있을 것이고, 이렇게 가다가 죽었다는 이야기를
읽은 기억도 없는 것 같았다.  민도로 섬에서 2-3박 정도 머물고, 보라카이에서 2-3박 정도
머물다가, 올 때는 피로감을 감안하여 비행기로 돌아오기로 했다. 진정한 의미에서
배낭여행은 지금부터 시작인 셈이다.

 

 

<민도로 섬으로 떠나던 날 아침 마닐라 베이>

 

 

필리핀에 가서 알게된 것이지만, 우리나라 버스 터미널과는 달리, 필리핀은 회사마다
터미널이 다르다. 서울에는 강남 터미널에 거의 모든 회사의 버스가 모여있다. 하지만
필리핀에는, 예를들어, 경기여객의 터미널은 사당동에, 동아여객의 터미널은 신림동에
있는 격이다. 더구나 목적지에 따라서 경기 여객의 버스 터미널도  사방에 흩어져 있어서,
사전에 시외 버스에 대한 충분한 연구가 필요하다.

 

 

우선 마닐라에서 바탕가스로 가서 거기에서 배를 타고 민도로섬의 프에르토 갈레라라는
항구로 간다. 거기서 지프니를 타고 화이트 비치로 가서 숙박을 하기로 했다.
Si-Kat이라는 회사가 마닐라에서 바탕가스까지 버스를 제공하고 계속해서 배까지
연결시켜 민도로섬까지 운행한다는 문장이 보였다. 나는 전화로 예약할 때 무슨 말을
할 것인지를 잠시 생각한 후, 다이얼을 돌렸다.

 

 

"Hello, is this Si-Kat, please?"(시캇 회사입니까?)
"Yes, sir. May I help you?"(예, 용건은요?)

보통 필리핀 사람들의 발음과는 달리 상당히 미국식 발음의 여자였다.

 


"I want to go to Mindoro. Can I use the combined bus and boat services?"
(민도로 가는데, 버스와 배를 함께 사용할 수 있나요?)
"Sure, Sir. When are you going there, sir? And how many, sir?"
(예. 언제가며 몇 명이 갑니까)
"Tomorrow. We are a group of three people."(내일, 3명입니다.)
"OK. Can you tell me your name and phone number?"
(이름과 전화번호는요?)

 

나는 나의 이름과 하숙집 전화번호를 알려주었다.

 

"Please come to Citystate Tower Hotel by  8 tomorrow morning, sir."
(내일 8시까지 시티타워 호텔로 오시오.)
"Oh, I see. Thank you."(예)

 

내가 생각한 것보다는 쉽게 영어 대화가 이루어졌다. 학교에서 가르쳤던 수능 영어 회화
정도만 할 수 있으면 예약은 별 문제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고 보니 이 글이 마치
여행영어 강좌 같기도 하다는 생각이 갑자기 든다.

 

 

<민도로 섬으로 떠나던 날 아침 마닐라 베이>

 

 

우리 하숙집에서 시내로 나가기는 교통이 아주  불편하다. 트라이시클과 지프니를 갈아타고
한 시간 이상 가야한다. 우리는 아침에 콜 택시를 타고 가기로 했다. 주인 아주머니가 전화로
예약을 해 주었다. 출발하는 날 예정된 시간에 콜택시 운전사가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 돈으로 12000원정도가 콜택시 요금이었다.

 

 

 

 

<민도로 섬으로 떠나던 날 아침 마닐라 베이>

 

 

아침에 너무 일찍 호텔에 도착한지라, 버스도, 직원도 보이지 않았다. 근처에 있는 마닐라
베이에 구경갔다. 사람들이 잡아온 고기를 여기저기 펼쳐놓고 팔려고 흥정하고 있었다.
우리네 기준으로 그 고기를 먹는다는 것은 20년 전의 중랑천에서 붕어를 잡아 먹는
셈이라고 보면된다. 팔려는 사람은 있었으나 사려는 사람은 보지 못하고 시간을 맞춰
호텔로 왔다.  

 

 

버스에 오르니 대형 에어콘 버스에 약 반 정도가 손님으로 차 있다. 필리핀 사람이
대부분이고 서양인 젊은 한 쌍, 그리고 우리가 전부였다. 그런데 바로 우리 옆에서
여자 5명에 동양인 남자 한 명이 서로 이야기를 하면서 가는 것이 자꾸 눈에 띈다.
이들은 영어로 이야기를 하면서 가고 있어서, 그 남자 여복도 많고, 팔자도 좋다고 생각했다.
한 참을 가는데 그 남자에게 핸드폰 전화가 왔다. 그는 유창한 일본말로 통화를 했다.
어디까지 갈지 모르지만 기회가 되면 그와 대화를 해보기로 마음 먹었다.

 

 

 

 

<바탕가스의 하늘은 유난히 파랗다>

 

 

바탕가스 항구는 넓고도 넓었다. 교통의 중심지인 듯 했다. 단층 건물인데 위에서 내려오는
열기는 대단했다. 이런 곳에서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관찰한다는 것은 대단히 흥미있는
일이다. 관찰하고 있는데, 그 일본 사람이 나에게 왔다.

 


"Excuse me. Where are you from?"(어디에서 왔습니까?)
"I am from Seoul, Korea. I am going to Mindoro."(서울에서요. 민도로로 갑니다)
"Really? I live in Mindoro. I will help you go there."
(제가 민도로에 사는데요. 가는 것을 도와주겠습니다.)
"Oh, thank you. By the way, who are they? You talked to the girls around you
in the bus."(고마운데, 아까 그 여자들은 누구입니까?}
"Oh, they are my sisters in-law."(처제들입니다.)

 

 

<바탕가스에서 민도로 섬으로 타고 간 배: 방카라고 하는데, 영어로는 jumpboat라고 한다>

 

 

약 10 여분의 대화를 통해 알게된 것은 이 사람의 이름은 Mike Shiraishi이고 필리핀에
놀러왔다가 필리핀여자를 사귀어 결혼하게 되었다. 이 사람 부인의 언니가 민도로 화이트
비치에서 Hotel을 운영하고 있었고, 그는 그 집을 근거로 뱃 여행이나 스노콜링 등의
사업을 하고 있었다. 그 여자들은 모두 처제들로 마닐라에서 민도로 섬으로 데려가고
있는 중이었다.

 

 

기왕에 말이 나온 김에 필리핀의 인척간의 문화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필리핀에서는 한
친척이 잘 살면 모두 그 사람에게 기대어 산다고 한다. 아마 일본인도 그런 모양 같았다.
대신 그 사람을 믿고 따르며 존경한다고 한다. 어떤 한국인이 필리핀 여자와 결혼했는데,
부인의 일가 친척 7-8명이 매일  그 집에서 먹고 자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 집에서
아예 나와 버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어떤 한국인은 그것이 귀찮아, 자식이고 부인이고
다 버리고 다시 한국으로 오기도 한다고 한다. 그런데 일본인은 끝까지 책임을 지며, 만약에
책임을지지 못하면 적어도 먹고 살 것만큼은 일본에 가서도 보내준다고 한다. 이렇지 못하는
한국인들 때문에 욕을 먹기도 한다고 한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한국인이 지나간 자리는 마치 폐허와 같다. 못사는 필리핀인 앞에서
거들먹 거리며 잘 사는체하고, 뽑내고 무례하게 구는  사람이 적지 않게 있다고 한다.
몇 번인가 맛사지를 받아 보았는데, 맛사지 걸은 한국인이 싫다고 했다. 일본인이 좋다고
했다. 위에서 말했듯이, 잘난척하고 필리핀인을 무시하고 책임이 없기 때문이란다. 나는 그냥
가만이 듣고만 있었다. 나만은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기야 나도 그런 사람 중의 한 명일지도 모른다.

 

 

배는 출발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예정된 시간보다 한 시간 이상 늦게 출발했다. 마침
내 옆에는 어떤 필리핀 여인이 있었는데, 자꾸 자기 발 옆에 있는 박스에 눈길을 주었다.
그 박스에서는 냄새가 나고, 이상한 소리가 자꾸 났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생닭을 싣고가는데
그 닭이 그 박스에다가 알을 낳은 것이다. 주위 사람들이 모두 웃었고, 내가 원하면
그 달걀을 주겠다고 했다. 나는 고맙지만 싫다고 했다. 대신 그녀의 얼굴 사진을 찍을
기회를 달라고 했다.

 

 

<닭을 가지고 간 여인: 중간에 알을 낳았다>

 

 

<민도로 우리가 묵은 지역 지도: 화이트 비치에서 머물렀다.>

 

  

배는 너무 늦게 도착하여 우리의 목적지까지 가지 않고 중간에서 우리를 내리라고 했다.
일본인이 우리 대신 항의하여, 우리는 무료로 제공하는 지프니를 타고 목적지인 푸에르토
갈레라에 갈 수 있었다. 거기서 다시 트라이시클을 타고 우리의 최종 목적지인 화이트 비치로 갔다.
마침 거기에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유일한 호텔이 있어서 그곳으로 갔다. 내가 안내 받아 간 방은
시골의 3류 여관 같은 방으로, 퀴퀴한 냄새가 나고, 통풍이 좋지 않고, 낮에도 불을 켜야만되었다.

 

 

<일본인이 경영하는 호텔에서 만난 리키-한국인 학생에게 영어를 가르친다.
약 10분간 한국인의 필리핀 영어 유학에 대해 이야기 했다.
언제 시간이 나면 필리핀의 영어 교육에 대해 언급하겠다.>

 

 

점심을 시켰다. 한국에서 먹는 음식과 거의 같거나 더 매웠다. 반찬은 정말 먹을 것이
없었다. 김치같은 것을 접시가 아닌 종지에 담아서 가져오는지라, 설령 맛이 있어도
그 맛이 반감되는 듯 했다. 주인집 아주머니가 싸 준 마닐라 김치를 풀어 놓으니 임금님
수라상이 부럽지 않았다. 나중에 알게 된 일이지만, 그 호텔의 주인 아저씨는 70이 넘은
한국인인데, 부인은 필리핀인이라고 한다. 미국에서 산 적도 있다고 한다. 우리가 주는
김치를 반찬으로 맛있게 밥을 먹는 것을 보았다. 목이 쉬었는데 담배는 줄담배를 피워댔다.
그곳 아이들을 관리하며 왔다갔다하는 것으로 소일하는 듯했다.

 

 

우리가 근거지로 정한 화이트비치 서쪽으로 아니누안 비치와 탈리파난 비치가 있어서
그곳에 가보기로 했다. 사진 찍을 좋은 재료나, 다른 좋은 일이 없나하고, 먹이를 찾아
헤매는 하이에나와 같은 심정이었을 게다. 사람들로 붐비는 화이트비치와는 대조적으로
한가했다. 대신 동네 사람들이 나와서 우리네의 천렵과 같은 행사로 무엇인가를 요리해먹고
놀고 있었다.

 

 

<해변의 아이들>

 

 

어떤 집에 들어가니 어린 소녀들이 술을 팔고 있었다. 맥주 한 잔 사서 먹고 있는데, 바로
옆에 있는 바다 위로 배가 지나갔다. 바다 속의 남자가 이쪽을 보면서 손을 흔들며 소리를
질렀다. 술집여자도 손을 흔들었다. Is that your friend?라고 내가 물었다. No, he is my
husband.라고 말했다. 여자 19세 남자 20세였다. 이렇게 결혼을 일찍하니 아이를 많이
낳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천불생무록지인(天不生無祿之人)하고, 지불장무명지초
(地不長無名之草)라고 했던가? 누구든 세상에 태어나면 제 먹을 것을 갖고 태어나며,
태어난 풀들도 다 이름이 있다는 뜻이리라. 필리핀 어디를 가나 아이, 어린이, 젊은이
천지다. 모두 굶지 않고 잘 먹고 산다. 노인은 내 기억으로는 별로 본 적이 없다.
이 점에서 노인이 많은 한국과 크게 대비된다.

 

 

황혼이 찾아왔다. 마을 사람 약 30명이 그물을 거두고 있었다. 붉은 노을을 배경으로 그물을
당기는 모습은 그 자체로 환상적인 그림이었다. 그들의 표정을 바라보는 것은 덤으로 얻는
즐거움이었고, 그들을 바라보는 외지인들을 사진에 담는 것도 못지 않은 즐거움이었다. 
그물이 점점 육지로 다가오자 여기저기 걸려있는 물고기가 바둥거렸고, 갑자기 나타난
물뱀에 혼비백산하여 도망가기도 했다.

 

 

<그물을 걷어 올리니 물뱀이 나타났다. 모두 혼비백산>

 

 

쓰다보니 벌써 글이 길어 졌다. 사실 이 섬에서 2박 3일 있으면서 있는 사실을 모두
기록하면 책이 한 권이 될 것이다. 무엇을 빼고 무엇을 넣을 것인가를 생각하다가 20분이
지났다.

 

 

<맛사지 아줌마들: 모래 위에 담요를 깔고 밤이고 낮이고 영업한다. 한 시간에 5천원>

 

 

저녁이 되어 해변을 걸으니, 남자도 아니고 여자도 아닌 것 같은데, 여장 차림의 사람들이
자주 눈에 띈다. 물어보니 게이라고 한다. 특히 이 섬에 게이가 많다고 한다. 사실 나는
전부터 게이에 대한 호기심이 많았다. 그들의 심리 상태뿐만 아니라 육체적인 것에도
관심이 있었다. 하리수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그녀의 심적, 육체적인 진실이 궁금했으나
물어보려는 사람이나 대답하려는 사람 아무도 없는 듯 했다. 같이 간 사람들 때문에 나
혼자 일을 벌릴 수는 없으니, 내 방이 너무 형편없다는 핑계를 대고 나는 다음 날 밤은
혼자 숙소를 옮기기로 했다. 그리고 안전만 보장된다면 갈 데까지 가보기로 했다.

 

  

다음 날 새벽 일찍 카메라를 메고 나왔다. 해변을 걷다가 좀더 높은 언덕에 올라가면 전체
해변을 찍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올라가면서 돼지도 보이고, 염소도 보이고 ,
소도 보였다. 언덕에 올라가니 군인인 듯한 남자가 건물에서 물통을 들고 나왔다. 여기서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물었더니 그러라고 했다.

 

 

기왕에 간 김에 이어지는 말라심보 산에 가보기로 했다. 지도에 860미터 되는 산으로
나와있다. 한 참을 올라가니 17세 정도되는 여자 아이가 있다. 그들이 먹는 물을 먹으면
배탈이 날지도 몰라, 파는 물(mineral water)이 있는지 물으니 없다고 했다. 조금 올라가니
소가 길을 막고 있었다. 피해서 또 올라갔다. 그 산의 3분의 2쯤 올라가니 길이 없었다.
여기서 겁이 좀 났다. 아니 겁이 많이 났다. 하지만 나는 간 길로 다시 내려오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본래 나는 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을 싫어한다.

 

 

 

<가난한 사람들의 집-산 속에 있다.>

 

 

나는 오른쪽으로 희미하게 나있는 샛길을 따라 내려가기로 했다. 가끔가다 시야에 들어오는
집은 집이 아니었다. 움막도 그런 움막이 없을 정도로 형편없는 집이었다. 20살 정도의
처녀가 노래를 부르며 빨래를 하고 있는데, 산 귀신이 아닌지 내 눈에 의심이 갔다. 조금가니
한 여자가 올망졸망한 아이들을 열 명정도 데리고 가만히 앉아 있었다. 사진을 찍으려다
무서워 감히 그럴 수가 없었다. 또 얼마를 가니 온몸이 때가 더덕더덕 붙은 두 아이가
있었다. 아무리 말해도 말이 없고 눈도 마주치지 않으려고 했다. 정말 이 아이들이 귀신이
아닌가 했다. 이번만은 마지막 기회라는 심정으로 사진 찍어 두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토박이 Mangyan이라고 하는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필리핀인과 어울리지 않으며, 그냥
산 속에서 거지 중의 상거지로 산다고 한다. 무서움이 점점 더 들기 시작했다.
나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망양언-비참하기 짝이 없다>

 

 

조금 더 내려가니 탈리파난 폭포가 나타났다. 입구에 입장료를 내라고 되어있다.
사진만 찍고 나오려고하는데, 그래도 입장료를 내야하는지 물었다. 사진만 찍고
나오나, 목욕하고 구경하고 사진찍고 나오나 마찬가지로 입장료는 500원이라고
했다.  나는 사진만 찍는데 500원이 너무 아까워 그냥 내려오려고 했다. 순간적으로
내가 병신같은 생각을 했다고 생각했다. 500원이 아깝다고 그 장소에서 폭포를
못보고 온다.정말 병신 같은 짓이다. 나는 너무 자주 병신같은 짓을 하는 것이 문제다.

 

 

<폭포지기>

 

 

나는 요금을 지불하고 구경을 잘하고, 세수도 하고, 발도 물에 담궜다. 폭포지기로
부터 코코넛도 사먹고 천천히 내려왔다. 세상은 보기나름이고 생각하기 나름이다.
삶이 원만하지 않을 때는 옆을 보고, 위도 보고, 아래도 보아야 한다. 이 길만이
진리인 것은 세상에 없다.

 

  

호텔에 오니 두 사람은 내가 없어졌다고 나를 찾으러 이미 나갔었다. 어제 밤에 술
한잔 한다고 이야기 하고 나갔는데 아직 보이지 않으니, 납치가 되었든지 무슨 일이
났다고 생각했나 보다. 그들의 걱정이 고맙기는 하나, 어디가나 사람사는 곳이요,
나도 죽기를 원하지 않고 앞뒤를 보아가며 갈길을 가는데, 왜 그리 걱정이 많은지
모르겠다. 안전이 항상 걱정이 되는 한국인들인지 모르겠다. 그러니까 인사말도
"안녕하세요."인가 보다. 

 

 

저녁을 먹고 나는 호텔을 옮겼다. 그리고 나는 핑계를 대고 일찍 일행과 헤어졌다.
어제 생각한 게이와의 일을 끝장을 내기 위해서다. 슬슬 걸어가는데, 예쁘장한 여
자가 술집에 혼자 앉아 있었다. 맥주 몇 잔 사 먹었다. 잠시 뒤에 게이로 보이는
사람이 근처에 어슬렁거렸다. 같이 앉아도 좋은지 물었다. 그러라고 했다. 술 한 병
사 줬다. 그들은 게이를 She라고 지칭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멀리서
또 게이가 있었다. 그들은 내가 자기들을 같이 술좌석에 불러 줄 것을 기대하면서
주위를 맴돈다고 했다. 나는 그녀를 또 불렀다. 그러다보니 게이가 5명이나 모였다.
그들은 술을 많이 먹지는 않았다. 콜라를 주문해서 먹었다. 나는 술이 더 취해 아무
것도 못하기 전에 사진 한 장 찍어 두었다.

 

 

시간이 좀 흘렀다. 어느 정도 거나하게 취했나 보다. 좀 멀리서 흰 원피스를 입은
게이가 눈에 띄였다. 여자보다 더 아름다운 게이다. 나는 그녀를 오라고 했다.
흰 눈 위에서 백합이 자태를 뽑내는 듯했다. 아니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 같았다.

 

 

<더 이상 취하기 전에 찍어 둔 게이들: 글에 언급된 게이는 이 사진에 없다>

 

 

Do you live around here? 내가 물었다. 
(이 동네 삽니까?)
 No, I'm from Manila. 그녀가 대답했다.
(마닐라에서 왔어요)
You are also a gay?
(당신도 게이입니까?)
Yes, I am. (예)
I thought you are an angel.(천사아니오?)
Really? Thank you. (정말, 고마워요)
Can you do massage?(마사지 할 줄 압니까?.)
Yes. I'm a masseus.(저는 마사지사입니다.)
Then can you come with me to my hotel?(그러면 내 호텔로 갑시다)
Yes, sir.(그래요)

 

 

나는 술값을 계산하고 남은 돈을 그녀들에게 공평하게 나누어 주었다. 그들은
Thank you라는 말을 천 번도 더 했다.

 

 

<화이트 비치의  아름다운 황혼>

 

 

나는 그녀와 약 200 미터 모래 길을 걸어 나의 호텔로 왔다. 이 호텔은 그 일본인의
동서가 경영하는 호텔이다. 바닷가가 훤히 잘 보이는 상쾌한 호텔인데다 바람이
솔솔 불었다.
모기가 있는 것이 흠이다. 지금이 모기 이야기할 때인가? 빨리 글을 써 나가야 한다.
하여튼 나는 간단히 샤워를 하고 누웠다. 그녀는 나를 업드리라고 했다.
그녀는 내가 로션을 가지고 있는지 물었다.
내 몸에 로션을 바른 그녀는 마사지를 시작했다. 나는 이런저런 질문을 했다.
그녀는 자기는 외부는 남자지만 마음만은 여자라고 했다. (My outside is male,
but my inside is female.) 얼마 뒤 그는 나를  똑바로 누우라고 했다.
나는 그녀가 어떻게 해서 게이가 되었는지 물었다.

 

  

 

그 순간 갑자기 그녀는 그녀가 갖고 있는 온갖 육체적 무기로, 나의 온 몸을 공격하기
시작했다.(독자들이 밑줄친 부분의 의미를 각자 나름으로 잘 해석해 주길 바란다.
어떻게 표현할까 무려 5분이나 생각한 후, 사용한 표현이다.)
멍하니 붕 떠있던 나는 잠시후 정신을 차렸다.
순간 많은 생각이 내 마음 속에 돌고 돌았다.
나도 모르게 입에서 Stop!이라는 말이 나왔다.  
이것은 고스톱 화투판이 아니었다. 바로 현실이었다.  

 

 


That's OK. No, problem(아무 것도 아닙니다)이라고 그녀는 말했다.
"I don't want this. Please stop. "
(나는 이런 행동을 원하지 않아요. 멈추시오. )
"Do you really think so? "
(정말 그렇게 생각하시오?_
"Yes, I do. (그렇습니다.)
"Okay. Then I have to go. Your wife should be thankful for you. "
(알았어요. 갑니다. 당신의 아내는 당신에게 고맙다고 해야해요)
"Oh. Here is some tip for you."
(여기 팁 가져 가세요.)

 


 

<화이트 비치의 아름다운 황혼>

 

 

나의 아내가 나에게 고맙다고 생각해야한다는 그녀의 말이 흥미로웠다.
그녀의 옷입는 소리가 "서그럭 서그럭" 들리더니,
문여는 소리가 "덜그럭 덜그럭" 이어졌다.
희미하게 멀어져가는 그녀의 발자국 소리 뒤에,
바닷물이 밀려왔다 밀려가는 소리가 가슴에 파고들었다.

 

 

지금 밖에는 무수한 별들이 쏟아지리라.
나뭇잎과 풀잎이 바람에 흔들리리라.
외로운 사람들은 무엇인가를 그리워하며 밤을 보내리라.
아무런 인연이 없는 사람들이,
아무런 이유 없이 만나고,
또 그렇게 헤어지리라.
마치 인생이 본래 그렇다는 듯이---
그리고 내일도 찬란한 저녁 노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으리라.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