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Beautiful the Nature is! - Albatross

Essays

어이구, 가지가지 한다

Albatross(곽영을/郭泳乙) 2023. 4. 29. 08:08

<강원 여행: 180 페이지 되는 책자: 진부역에서 무료 배포한다>

 

"어이구, 가지가지 한다"

 

2023년 4월 28일, 강릉의 월화거리가 있다는 안내 책자를 보고, 대관령을 넘어 자동차로 강릉에 가는 중이었다. 마침 휘발유가 떨어져서, 가다가 주유를 해야 했다.   

 

대관령 몇 개의 터널을 통과하니 전망대가 나타났고, 그 전망대에서 1km만 가면, 주유소가 있다는 안내판이 보였다.  

 

<대관령 전망대에서 본 산>

 

<대관령 산>

 

전망대에서 잠시 쉬면서 먼데 있는 산과 가까운 산을 두루 살피며 심호흡을 하였다. 며칠 동안 심한 미세 먼지 때문에 가슴이 답답하고, 눈이 흐릿해서 이상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휴게소에 도착하여 주유소에 가까이 가보니, 여기는 종업원이 연료를 넣어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주유를 해야 하는 셀프 주유소였다. 지난번 정선에서의 주유사건으로 셀프 주유에 대한 트라우마 비슷한 것이 있어서, 난감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당시, 핸드폰 앱으로 “만땅” 주유하다가, 7만원 주유하고, 15만원 카드 결제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나중에 다시 찾아가서 정산을 했지만, 이런 경험이 있었기에, 그 뒤에도 셀프 주유소에는 가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어쩔 것여? 발유는 떨어져 가고, 깜빡 잊고 플라스틱 카드는 가져오지 않아서, 지불 수단이라고는 오로지 핸드폰에 있는 카드뿐인 것을!  나는 정신 바짝 차리고, 주유기의 자동 안내에 따라서, 셀프 주유를 하기로 했다. 대신 만땅 넣을 것이 아니라, 정액제로 5만원만 넣기로 했다.  

 

셀프 주유기 앞으로 가서, 처음 “시작” 버튼을 누르고, “카드냐, 현금이냐” 선택했다. 그 다음 금액 “5만원” 누르니, “주유구를 열고 주유를 작하세요”라는 경쾌한 아가씨의 안내말이 나왔다. 한참 후 “주유가 료되었습니다”는 말이 나왔다.  

 

와우, 이거 엄청 쉽네!  이번에야 말로,완벽, 철저, 무사, 훌륭이란 단어들이 내 머리 속을 스치면서, 70대의 노인에서 40대의 힘이 팔팔한 젊은이로 변한 느낌이었다. 아니, 할머니가 여우 고개에 와서 세번 재주 넘더니, 리따운 아가씨로 확 바뀐 느낌이었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로다. 미스터 곽, 끝내줬어. 따봉!” . 

 

나는 자동차 오디오의 볼륨을 최대한대로 높였다. 자동차 오디오에서는 내가 녹음해 듣고 있는 노래 110 곡 중, 황영웅의 “인생아, 고마웠다”가 큰 소리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나는 안전 벨트를 매면서 힘차게 그 노래를 따라했다.    

 

인생아 고마웠다 

사람이 나를 떠나도 

세상이 나를 속여도 

내 곁에 있어 주어서 

앱 카드 고마웠다 

주유비 결제해줘서 

. 

. 

 나는 운전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차를 운전하기 시작한 지 몇 분 지나서, 지나가는 차가 빵빵하며 경적을 누르는 것이 아닌가? “요즘 것들은 말도 참 안 들어. 그렇게 경적을 누르지 말라고 해도, 저 짓들이니, 참 한심하구나!  쯧쯧쯧!” 

 

그런데 조금 가면 다른 차가 또 빵빵거렸다.오늘 이거 재수에 옴 붙었나, 저것들이 못 먹을 것을 곱빼기로 먹었나, 아니면 저것들이 집에서 마누라와 대판 싸움을 하고 길에서 화풀이하나? 

 

그런데, 잘 들어보니, 어디서 딸까닥 거리는 소리가 나는 것이었다. 나는 뒤 트렁크에 있는 등산 스틱이 플라스틱 상자와 부딪쳐서 나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소리가 계속되는 것이었다. 뭔가 종소리 비슷하게 계속 소리가 나기는 나는데, 도대체 무슨 소리일까? 그것 참 이상도 하네. 별 소리가 다 나네. 내가 노망을 했나, 치매가 걸렸나? 아니 치매가 아니라 치마를 입었나? 아래를 바라보니 나는 바지를 입고 있었다. 어디 귀신 소리를 듣는 것인가?  

 

또 다른 자동차의 빵빵 거리는 소리와, 딸랑 거리는 소리를 들으면서, 순간 내 차에 이상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그리고 여기저기 살피다가 빈 공간이 보여 차를 정차시켰다.  

 

밖으로 나와 보니, “아뿔사!”  주유한 후, 자동차 주유구의 뚜껑을 닫지 않았었다! 주유구에는 뚜껑이 두 개가 있다. 안에 있는 것은 돌려서 잠그는 것이고, 밖에 있는 것은 꾹 눌러서 닫는 것이다. 그런데, 이 모두를 개방한 채로 운전을 했던 것이다. 그래서 주유구 뚜껑이 대롱대롱 매달리면서 부는 바람에 뚜껑이 차체와 부딪쳐서 딸랑거리는 소리가 났던 것이다. 

 

생각해 보니, 지나가는 자동차들의 “빵빵” 경적 소리는, 나를 살리기 위한 소리였으며, 주유구 뚜껑의 딸랑 소리는 “야, 이 등신아, 주유구 뚜껑 열렸다구!”라는 신호였다. 하지만 세상 물정 모르는 하루 강아지요, 목석과 별 다름 없는 노약자인 나는, 그것도 모르고, 지나가면서 빵빵거리던  차만 욕했던 것이다.   

 

그런데, 주유구의 뚜껑을 닫지 않아서, 연료가 밖으로 흘러 나왔으리라고 생각을 했는데, 놀랍게도 기름이 밖으로 흘러 나온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주유 장치가 구조적으로 기름이 밖으로 나오지 않도록 특별한 장치가 설치되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여튼 늙으니, 이 경험 저 경험, 별 경험을 다 한다. 앞으로 죽는 날까지 또 무슨 경험을 하게 될지, 기대 걱정이 앞선다.  여러 장소에, 항상 써 있기를,어린이와 노약자 어쩌구 저쩌구 하는 것이 이해가 되고도 남는다. 나는 젊은 것 같은데, 왜 이리 늙어가지고 골치 아픈 거지? 정말 나도 다른 노인과 같은 것인가? 정말 나도 죽기는 죽는 것인가? 

 

앞으로 정신 바짝 차리고 살아야겠다. 정신 줄 놓지 말고, 밥 세끼 잘 먹고, 허리 펴고, 걸을 때 다리에 힘주고, 고개 들고, 눈 똑바로 크게 뜨고 살자. “왜?” 안 그러면 사람 노릇 못 한다는 등신 소리 들으니까. 아니 죽을 줄도 모르니까!  “아이구, 죽기는 싫은가 보네!”  아니 죽기가 싫은 것이 아니라, 자식이 오래오래 살라고 해서!  “하하! 자식이 다른 말을 하면, 콧 방귀도 안 뀌더니, 그 말은 잘도 듣네!” 

 

<대관령 셀프 주유소: 인터넷에서 내려 받은 사진>

 

<자동차 주유구: 사건 이후에 집에 와서 촬영하였다>

 

< 뚜껑이 줄에 매달린 모습: 이런 상태로 운전하였다. 사건 후 집에 와서 촬영하였다. >

 

 

아래 월화 거리 사진 몇  

 월화거리는, 강릉 시내를 지나는 기차길을 지하로 옮기고, 지상에 있던 철길을 공원으로 조성한 것이다. “무월량과 연화의 사랑이야기”를 주제로 하여 “월화거리”라고 이름 지었다고 한다. 중간에 위치한 중앙시장과 성남시장이 중심부이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기에서 먹고, 마시고, 이야기하고, 쉰다. 바로 옆의 남대천 주차장에 주차할 수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한, 이 세상에서 가장 간단한,  

"무월량과 연화의 사랑 이야기"

강릉에 사는 무월량과 연화가 서로 사랑했다. 무월량이 아버지의 부름을 받고 강릉을 떠났다.  연화는 혼기가 되어 다른 사람과 결혼해야 했다. 연화는 무월량과 결혼 못 할 바에는 죽겠다고 편지를 쓴 후 자살하려고 했다. 마침, 그 편지를 잉어가 물어갔다.  한편, 며칠 뒤 무월량의 집에서 잉어를 사왔는데, 잉어의 배를 갈라보니, 연화의 편지가 들어 있었다. 그 편지를 보고, 무월량의 식구들이 감동하여, 결국 무월량과 연화는 결혼해서 잘 살았다.  

 

<월화거리 안내도>

 

<월화거리 조형물>

 

<남대천 쪽에서 본 연화거리>

 

<월화교에서 망원렌즈로 촬영하였다>

 

<월화 거리를 걷다 보면 나오는 건물. 모스크바라고 써 있다. 무엇인지는 나도 모른다>

 

<월화 거리의 소녀상>

 

 

<올 여름에 강릉에서 세계 합창대회가 열린다는 안내 광고>

 

<전에 있었던 철도샘플: 여기가 사진 촬영 명소이다>

 

<월화교: 전에는 기차가 다니는 철교였으나, 사람이 다니는 길로 만들었다.>

 

<중앙시장 근처의 월화거리: 핵심지역이다>

 

<월화 거리의 일부>

 

<월화정: 무월량과 연화의 사랑이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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