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미지안 가든>
정선 로미지안 가든 공원
*이 글은 아래 지도를 보면서 읽어야 무슨 말인지 알 수 있습니다. 지도를 참조하며 이 글을 읽기 바랍니다.
2023년 9월 14일 목요일 오후 1시, 강원도 평창군 진부역에서 아내를 ktx 태워 서울로 보냈다. 역 건물 밖으로 나오는데, 광고 한 장이 눈에 들어왔다. “정선 치유의 숲, 로미지안 가든”. 평창의 진부에서 정선을 왕복하기에는 좀 늦은 시간이었다. 하지만 “늦었다고 생각한 때가 가장 빠르다”, 라는 말이 이런 데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말인지는 모르지만, 하여튼 자동차에 올라서, 내비게이션에 목적지 “로미지안”을 입력했다. “정선군 북평면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목적지가 나타났다.
정선 쪽으로 차를 몰고 가니, 어느 지점에 “백석 폭포”가 나타났다. 평소에는 물이 없어 그냥 절벽이다가, 비가 오면 폭포로 변하는 돌 산의 일부였다. 비가 온지 며칠이 지나서인지 높은 산 정상에서 바위 위로 내려오는 물이, 암소 꼬리 밑에서 쏟아지는 오줌발만도 못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시부장치 않게 찔찔거리며 떨어지고 있었다.
빨리 사진을 찍고 로미지안으로 가야 하는데, 한 아주머니가 폭포 앞에서 계속 알짱거리며 내 앞을 가로 막고 촬영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저 여자가 어제 밤에 부부싸움을 해서, 여기서라도 폭포를 바라보며 속풀이라도 하려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면서, 내 차례를 기다릴 도리밖에 없었다. 겨울 철 보름이나 지난 명태 눈처럼 흰자와 검은자가 정확하게 반반 씩 무작위로 섞여 있는 나의 희끄무레한 눈동자에서 나오는 시선과 그녀의 멍한 시선이 아무런 의미없이 마주쳤을 때서야 비로소, 그녀는 입가에 반쯤 흘러 나오는 침을 손등으로 닦고서는 괴상한 웃음을 지으면서 저만치 물러섰다.(이 문장이 너무 길어 몇 번 읽어 보아야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백석 폭포>
폭포의 길이 119미터, 한국에서 2번째로 긴 폭포라는 안내판을 보면서, 그러면 “한국에서 가장 긴 폭포는 어디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오장 폭포일 것이다. 오장폭포는 경사면의 길이가 209m이고 수직 높이 127m로 전국 폭포 중에서 가장 긴 것으로 기억한다. 정선에서 강릉으로 넘어가는 길 옆에 있는 폭포다. 그렇다면 “오늘 한국에서 1-2위 폭포를 다 보게 생겼구먼”, 나는 침을 꿀꺽 삼키며 사진 몇 장을 찍었다. 핸드폰으로도 찍고, 애주중지 아끼는 나의 DSLR 카메라로도 찍었다.
다시 차를 몰아 본래 목적지인 로미지안으로 향했다. 그런데 얼마 안 가서, “목적지에 도착했으므로 안내를 종료합니다” 라는 내비게이션의 메시지와 함께 안내가 종료되었다. 내비게이션 말과는 아무 상관 없이 강 옆에서는 도로 보수 공사를 하는 사람들 뿐이었다. 앞차가 서행하니, 나도 서행하면서 로미지안 입구를 찾았으나 찾을 수가 없었다. 로미지안으로 가는 길이 없어서 황당해 하며, 여기 기웃 저기 기웃하는데, 뒤에서는 다른 차들이 웬 운전도 못 하는 똥차가 길을 막는다는 의사표시로, 빵빵 거리기 시작했다. 하는 수 없이 떠밀려서 앞으로 그냥 달릴 도리밖에 없었다. 울며 겨자 먹기 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말이렸다!
참으로 허탈하고 기가 막혀서, 귀신이 개울물 건너듯이, 대충대충 운전하며 가면서도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또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난감하고 황당했다.
정선읍 쪽으로 한참을 가다가, “이대로 갈 것이 아니잖아요! 동무, 정신 차리래유!” 어디서 들리는지 강원도 말투의 내 자신의 목소리를 듣고, 나는 빈 공간을 찾아 차를 세웠다. 그리고 자동차의 내비게이션이 아닌, 핸드폰으로, 네이버 지도에서 "로미지안"을 찾아보았다. 아뿔사, 자동차 내비게이션이 알려준 곳보다 1-2키로 앞에 로미지안이 있는 것이 아닌가? 자동차에 달린 내비게이션 만든 사람들에게 무자비한 욕을 해대던 나는, 늦게 나마 길을 찾은 것을 고맙다고 생각하고, 차를 돌려 핸드폰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 대로 되돌아 차를 몰았다.
도착한 곳은 “어도원”이라는 큰 글자가 벽에 여기저기 써 있는 곳이었다. 지나가는 자동차는 도저히 알아볼 수 없게 작은 글씨로 “로미지안 가든”이라는 글자가 희미하게 보였다. 이러니 지나가는 사람이 무슨 수로 “로미지안”을 찾나! “로미지안”이 아니라 “로미지랄”이구만! 지랄도 풍년이고,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고,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빼낸다고 하면,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한 말일 것이다. 지금이라도 "로미지안" 운영자는 입구에 큰 글씨로 "로미지안"이라고 써 놓기 바란다.
로미지안 가든 주차장에는 10대도 안 되는 자동차가 서 있었다. 종업원 자동차를 제외하면 현재 이 공원에 몇 사람의 방문객이 있는지 대충 짐작이 갔다. “별 볼일 없는 공원인가벼~!”, 나는 속으로 쓴 웃음을 지었다.
뒷 좌석에서, 카메라를 꺼내 어깨에 메었다. 카메라 가방을 등에 메려고 찾으니 가방이 보이지 않았다. 이상하네! 왜 안 보이지? 뒤 트렁크를 열어보아도 카메라 가방이 보이지 않았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분명히 백석 폭포에서 카메라를 가방에서 꺼내서 사진을 촬영했었는데!
그 순간, 갑자기 하늘이 노래지는 것이 아닌가? 잃어버린 카메라 가방 속에 렌즈 2개(약 2백만원), 고프로 액션 카메라(50만원), 지갑(지갑 속에 현금 수십만원, 카드, 주민등록증, 경로 버스표)이 들어 있었다. 그리고 카메라 배터리와 메모리 카드도 여러 개 들어 있었는데! 금액으로 치면 모두 합쳐서 약 4 백만원 어치의 물건이 들어 있는 가방이었다. 내가 내 평생 분실한 금액 중 가장 많은 금액의 물품 및 현금이다! 나는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보다도 더욱 아찔해 졌다. 참으로 기가 막히고 코가 막혔다.
백석 폭포에서 사진을 찍고, 가방을 거기다 두고 왔음에 틀림없다! 거기에 없다면 이 세상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백석 폭포를 떠난 지 30분 이상이 되었는데, 가방이 지금도 백석 폭포에 있을 리가 만무했다. 왜냐하면 내가 사진 촬영할 때 주위에 몇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 속에 현금을 포함한 많은 귀중품이 들어 있는데, 굴러온 복을 과연 누가 발로 차겠는가?
나는 뒤에서 따발총을 갈기며 쫓아오는 공산당에게 쫓기는 것처럼, 번개보다도 더 빠른 동작으로 눈썹을 휘날리며 자동차에 올라탔다. 안전 벨트도 매지 않고 차를 몰았다. 출구를 막고 있는 자동차 통과 금지 막대기가 올라가지 않아 내려서 발로 차서 부수고 가려는 순간, 가로 막대기가 천천히 올라갔다. 나는 재빨리 로미지안 가든을 빠져나와 좌회전하여 백석 폭포로 향했다. 자동차는 내가 안전벨트를 매지 않았다고 계속 "띵동, 띵똥" 경고음을 울려댔다. 하지만 나는 안전벨트를 맬 시간이 없었다. 0.1초라도 빨리 백석 폭포에 도착해야 했다.
로미지안 가든에서 백석 폭포까지는 약 3키로, 자동차로 몇 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지만, 부산에서 한양 천리보다도 더 멀게 느껴졌다. 자동차를 모는 단 몇 분 동안에, 잃어버린 뒤에 내가 취할 행동들이 영화 필름처럼 머리 속에 돌아가고 있었다. 카드 분실 신고하고, 렌즈 다시 살까 말까, 중고를 살까, 메모리 카드에 사진도 들어있을 것이고, 각종 연결 단자가 부지기수로 들어 있는데. . . .동사무소 가서 주민증 다시 만들고, 경노우대증 다시 만들고.. . . 한 마디로 미치고 환장할 지경이었다.
내가 늙은 이후로 건망증이 심해져서 어디 앉았다가 일어설 때에는, 꼭 그 자리를 다시 돌아보는 습관도 들여놓았는데, 어쩌다가 이런 패가망신을 자초했단 말인가? 입안에 침이 마르고, 다리가 떨렸다. 의장대 훈련 받다가 몽둥이 찜질 수십 대 당한 것보다 훨씬 더 타격을 받는 듯 했다. 나는 이 세상이 싫어졌다! 왜 늙어 죽지도 않고 살아서 이런 고초를 겪는가, 나는?
백석 폭포 바로 앞에 과속 단속 카메라가 있었지만, 그냥 달려버렸다. 시속 몇 킬로로 달렸는지는, 나중에 벌금 딱지가 나오면 그때 보기로 했다.
나는 내가 30분 전에 주차하였었던 바로 그 자리에 차를 주차했다. 거기서 가방을 차 밖으로 꺼낸 뒤에, 가방 속에서 카메라를 꺼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주위에는 나의 검은 가방은 보이지 않았다.
“아이구, 어떤 놈이 주워서 횡재했구먼”, 나도 모르게 입에서 나온 말이다. 그러나 보통 사람들은 가방 안에 있는 지갑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물건들은 무겁기만 하고 뭐하는데 쓰는지도 모를 텐데, 왜 그런 것을 가져갔을까? 나는 혼자 중얼거렸다.
한참 서 있다가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 채로, 땅을 보면서 축 쳐진 어깨를 구부리고, “백석 폭포”를 안내하는 돌 표지판이 있는 곳으로 터덜터덜 걸어갔다. 그런데 이런 절체절명의 순간에 왜 하필 "백석"이라는 시인이 생각날까?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내 가방이 없을 리가 없다" 나는 힘을 내어 떨군 고개를 들어 올렸다. 저 멀리 시커먼 것이 벤치에 있었다. "어! 와! 아이구! 내 가방이다!" 나는 6백만불의 사나이처럼, 아니 총알처럼 빠르게 벤치 쪽으로 뛰어갔다. 내가 뛰어가는 순간, 다른 사람이 나를 봤으면 분명 저 늙은이가 미쳤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나는 입에 개거품을 물고, 몇 개 남은 내 머리카락을 휘날리면서 뛰어가고 있었으니까!
<발견 당시 가방의 모습: 이 글을 쓰기 위해, 가방 내용물을 확인하기 전에 촬영해 뒀다! 장하다!>
가방이 열려져 있었다. 그 순간, 아, 돈만 가져가고 렌즈는 가져가지 않았군. 그나마 천만다행이지! 가방 안을 손으로 더듬거리니, 렌즈 두 개가 잡혔다. 어, 렌즈가 그대로 있네! 그 다음 지갑! 깊이 숨겨둔 가방 안쪽에 무언가 묵직하게 잡혔다. 지갑이다! 또 그 순간, “도둑놈이 지갑 속의 현금만 빼 가고 지갑은 그대로 두었나 봐!” 번개처럼 지갑을 뒤져보니, 현금이며 카드가 모두 그대로 있었다! 와우, 복권 당첨이요!
아니, 대한민국 사람들 왜 이리 마음씨가 좋은 거여! 모두들 미쳤나 봐! 왜 이런 것을 안 가지고 가고 이대로 놔두는 거여! 얼레, 모두들 아무래도 뭔가 잘 못 먹었나벼? 왜 이걸 안 가져가?
정신을 차리고 사방을 둘러보니, 가방 주위에서 몇 사람이 열심히 백석 폭포를 촬영하고 있었다. 가방이 열린 상태로 있으니, 주인이 분명이 주위에 있다고 생각을 해서였을까? 요즘 cctv가 사방에 설치되어 있어서 가져갔다가는 도둑의 누명을 쓸까 봐 그랬을까? 아니면 "황금을 보기를 돌같이 하라"는 최영 장군의 후손들이라 그런가? 하여튼 나는 놀라 경기(驚氣)하는 어린아이처럼 벌벌 떨다가, 웃다가, 하늘을 보다가 땅을 보다가 벤치에 푹 앉았다. 그리고 점잖게 가방을 메고 내 자동차가 있는 곳으로 뚜벅뚜벅 걸어갔다. 쫓겨난 왕이 복권되어 다시 왕이 된 것 같은 심정과 태도로, 자동차 문을 “확” 열었다. 그리고 휘파람을 불며 로미지안을 향해 차를 몰았다. 인생 늘그막에 이런 세상, 이런 경험하며 살다 죽으니, 이 또한 좋지 아니한가? 부라보! 옆에 술이 없는게 아쉽군!
<이 글의 서론이 본론이 되었으므로, 본론인 "로미지안 등산기"는 사진으로 대체합니다.>
지금부터 로미지안 사진입니다.
<생애의 탑>
<생애의 탑 옆에 기록되어 있다.>
<중간 입구에 있는 개구리: 방문객을 환영한다.>
<아리석문: 이 안에 아리랑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다>
<이 중국어 해석은 아래에 있다. >
<내 앞에 나타나서 오도방정을 떨었던 다람쥐>
<붉은 자성(自省)의 언덕>
<마슬로우의 5단계 욕구 이론>
마슬로의 5단계 욕구 이론 - 대학교 교육학 시간에 들었던 이야기다. 나는 어느 단계인지 각자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라! 나는 상위 20%인가, 아니면 하위 80%인가?
나는 분명 20% 안에 들어 있다. 행복하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나는 상위에서 20%가 아니라, 하단에서 20% 안에 들어 있다. 생리적 욕구와 안전의 욕구만 남아 있는 노인이 바로 나다! 그것이라도 남아 있는 것은 분명 장한 일이다!
<어떻게 해서 "바람을 막는 독수리"인지 모르겠다. 내 눈에는 "삶아 놓은 개 대가리"다>
<이 공원에는 생각해 볼 말이 많이 있다. 영어도 함께 써 있는 것이 특이하다.>
<가시버시 성: 이 공원의 가장 핵심 조형물이다. "가시버시"는 "부부"라는 뜻이라고 한다>
<아래에 작게 "I love you more and more each day as time goes by(세월이 갈수록 하루 하루 당신을 더 사랑한다)" 고 적혀 있다.>
<공원 정상에 있는 수많은 돌들>
<정상에서 산 너머를 보면 보이는 마을의 논>
<정상에서 멀리 보이는 강: 진부에서 정선 쪽으로 흐른다>
<천공의 아우라: 아래에 설명이 있다. 나는 "아우라"가 일본말인 줄 알았다. 영어다. 영어로는 "오러"라고 읽는다. 뜻은 "분위기, 전조, 영기, 기".>
<여기에서 로미지안 이야기는 끝난다>
(아래는 정선에서 강릉으로 오면서 찍은 "오장 폭포", 그리고 안개 낀 "안반데기 배추밭" 사진)
<앞에서 이야기한 오장폭포. 정선에서 강릉으로 오면서 촬영했다. 아래 설명이 있다. 한국에서 가장 큰 규모라고 되어 있다. >
<강릉의 안반데기에 있는 배추밭. 안개 때문에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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