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Beautiful the Nature is! - Albatross

China

운남성 6 "옥룡설산" (Yunnan Okryongxueshan)

Albatross(곽영을/郭泳乙) 2012. 7. 31. 13:39

 

 

<여행 코스>

 

윈난성 이야기 6 — 호도협

 

 

 

2009년 10월 17일. 오늘은 호도협(虎跳?: 후티아오시아) 트레킹하는 날이다. 새벽에 일어나니 날씨가 좀 흐렸다. 다행스러운 날이다. 하루 종일 걸어야 하는데, 열대의 태양 아래서 6시간 정도 걷는 것은 보통 고생이 아닐 것이다.

 

 

아침 7시 반에 큰 길로 나왔다. 아무런 차도 보이지 않는다. 단지 외로운 불빛만이 붉은 노을처럼 자신을 불사른다.  검은 하늘을 배경으로 아스팔트도 붉은 가로등 불빛을 받아 붉게 빛난다.

 

 

호도협을 가려면 리지앙에서 2시간 버스를 타고 교두진(???: 치아오터우전)이는 조그만 도시로 가야한다. 거기에서부터 트레킹이 시작되는 것이다. 자동차는 좁고 구불텅거리는 거리를 잘도 달렸다. 멀리 작은 강이 내려다 보이는 지점에서 한 번 쉬었을 뿐 자동차는 계속 달렸다.

 

 

 

<리지앙에서 새벽 7:30분 호도협으로 출발했다. 칠흑처럼 어둡다.>

 

 

<중간 지점에 잠깐 쉰다.)

 

 

 

9시 반에 치아터우전에 도착하여, 규모는 대단히 큰, 그러나 좀 허술한 식당에 들렀다. 아침 식사로 국수가 나왔다. 위에 계란 부침을 얹어 놓았는데, 어김없이 붉은 기름이 국수 주위에서 헤엄친다. 지금까지 경험으로 보아 중국인들은 국수에 꼭 기름을 한 번 둘러 먹는 듯 하다.

 

 

 

치아터우 시내에 잠깐 들렀다. 오늘 밤 객잔에서 먹을 음식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안내자는 사과 파 마늘을 포함한 돼지고기 등을 사서 차에 싣는다. 한국의 야채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

 

  

나는 중간 간식을 준비하지 않았기에 근처 리어카에서 빵을 팔고 있는 아저씨에게 갔다. 사람들이 달라붙어 불티나게 팔렸다. 두 개 사서 먹었는데, 만두 안에 아무 것도 들어있지 않았고 아무 맛도 없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다른 소스를 넣어서 먹는 빵이었던 것이다. 하여튼 실수를 통하지 않고는 배울 수 없다는 말을 다시 한 번 증명한다.

 

 

 



 

 

호도협을 잠깐 소개한다. 아래 그림 중 윗 그림은 이해를 돕기 위해 내가 간단히 그려본 것이고 아래 그림은 안내 책자에서 스캔받은 것이다. 그림을 보면 알 수 있겠지만, 호도협은 5596미터의 옥룡설산과 5396미터의 합파설산 사이를 흐르는 계곡이다. 그런데 계곡이라는 것이 우리 한국 사람이 생각하는 그런 계곡이 아니라 깊이와 길이가 정말 엄청나구나라고 탄성을 불러 일으킬 그런 계곡이다.

 

 

트레킹은 합파설산의 중턱을 걸으면서 옥룡설산의 장관을 구경하는 것이다. 트레킹 코소는 두 개가 있는데, 우리가 걸은 산 중턱의 트레킹 코스가 있고, 또 하나는 저 아래 강 근처에서 계곡 물을 바라보며 편안하게 걷는 코스가 있다. 등산이 힘든 사람은 아래에 있는 평평한 자동차 길(low course)을 따라 걸으면 되고, 좀더 멋진 광격을 보려면 우리처럼 높은 위치에 있는 트레킹 코스(high course)를 택하면 된다.

 

 

전체가 10시간 반 코스이어서, 하루에 이 코스를 주파하기는 힘들다. 물론 한국 사람처럼 죽기살기로 오르고 내리면 못 할리가 없을 것이다. 새벽 4시에 설악산 대청봉 등산을 시작하여 공룡능선을 거쳐 14시간 걸어서 그날 저녁에 비선대에 도착하는 것이 한국인이 아니던가?  하지만 여기 트레킹 하는 사람들은 보통은, 납서객잔, 차마객잔 또는 하프웨이 객잔 세 군데 중 한 곳에서  하루를 머물고 티나 게스트 하우스로 내려오는 것이 보통이다. 아름다운 경치가 너무 아까워 사실은 세 군데 객잔에서 하루씩 머물고 내려오면 몸의 체증이 확 풀릴 그런 상황이다. 하루만 자고 온 것이 너무 아쉽다.

 

 

 

<이해를 돕기 위해 그린 그림: 호도협은 옥룡설산과 합파설산 사이의 계곡이다. 이 계곡에 강물이 흐르는데, 그 강을 금사강이라고 한다. 이번 트레킹은 합파설산의 중턱을 걸으면서 옥룡설산을 보는 것이다. >

 

 

 

<납서 객잔 다음에 28 벤드가 있다. 산을 오를 때 경사 70도 정도로 28번 꾸불 거리는 도로가 있다는 뜻이다. 가장 어려운 난코스다. 차마 객잔에서 1박했다.>

 

 

 

<호도협 입장권>

50원(한국 돈 9000원) 짜리 호도협(虎跳峽) 입장권 뒷면에 적혀있는 영문을 해석해 보면 다음과 같다.

호랑이가 건너 뛰어 넘은 계곡은 장강이 시작되는 거대한 계곡이다. 이 계곡은 합파설산과 옥룡설산 사이에 있다. 이 계곡의 이름은 호랑이를 뒤쫒았던 전설적인 사냥꾼에서 유래한다. 호랑이는 강 중간에 있는 큰 돌의 도움으로 강을 뛰어넘어 도망쳤다. 그래서 "호랑이가 뛰어 넘은 계곡"이라는 이름이 생긴 것이다. 호도협의 길이는 약 20 킬로미터, 계곡의 너비는 213미터이다. 호도협은 높은 산과 깊은 계곡으로 세계에 널리 알려져 있다. 거대하고 위험한  절벽 뿐만 아니라 많은 돌과 급류가 있다.

 

 

 

  

이제 본격적인 트레킹이 시작된다. 구름이 듬성듬성 끼어 있어서 등산하기에는 안성맞춤이다. 오른쪽으로 황토색 강을 보며 앞쪽으로 멀리 희미하게 옥룡설산을 본다. 별로 힘든 코스는 아니다. 대체로 완만한 코스다. 단지 어제밤 술을 너무 마신 사람이나, 아예 등산이라는 것을 거의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은 문제가 될 것이다. 말을 타는 비용은 처음부터 28개의 꾸부렁 고갯길이 나오는 곳까지 즉, 어려운 지점까지는 140위엔(한국돈 약 25000원) 정도 내야하고, 중간의 납시객잔에서 정상까지는 100위엔(한국돈 18000원) 내야 한다.

처음부터 말을 탄 사람은 딱 한 사람 있었다. 높은 산에 자신이 없었던 여자분이다. 말을 타는 사람이 없자, 마부들이 무리 맨 나중에 빈 말로 따라 나선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사람들이 빨리 지쳐 말을 타 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하지만 견딜 수 있을 때까지 견디려는 사람들의 의지가 그들의 꽉 다문 입에서 엿보인다. 아무도 마부에게 눈길을 주지 않는다.

 

 

<트레킹 코스 바로 아래에 황토색 물과 마을이 보인다. 이 강물이 좁은 계곡으로 흘러 급류를 이룬다.>

  

 

<처음에는 딱 한 사람만이 말을 탔다.>

 

왼쪽으로 산 밑에 드문드문 민가가 보이고 오른 쪽으로는 논에서 농부들이 농삿일을 하고 있었다. 무슨 일인지 연기도 여기 저기서 모락모락 올라왔다. 시간이 지나도 말을 타는 사람이 없자 기분이 상했는지, 마부들은 담배를 연거푸 피워대기 시작했고, 어떤 사람은 자기가 말을 타기 시작했다. 여기서부터 등산객과 마부들의 치열한 심리전이 시작된다. 즉 마부들은 절대 사람들 앞에 가지 않고, 뒤에 따라 가면서 등산객을 유혹하는 것이다. 지쳐서 빨리 갈 수 없으니 먼저 앞으로가라고, 등산객이 마부에게 이야기해도, 그들은 절대로 앞에 가지 않고 등산객을 바짝 뒤쫒는다. 또한 숙달된 그들의 눈은 전체 등산객 중 누가 어느 시점에서 견딜 수 없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는 듯하다. 문제가 있어 보이는 사람 옆에 집중적으로 달라 붙어 따라온다. 마치 농구시합에서 한 선수를 전담하여 방어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고도를 더 할수록 경치는 점점 멋있어 진다.>

 

점진적으로 올라가지만, 조금은 올라가기도 하고, 조금은 내려가기도 하면서 길은 길로 이어져 있다. 재잘재잘 이야기를 하면서 가던 사람들이, 이제 서서히 숨이 벅차 말이 없이 걷기만 한다. 저 아래 낮은 트레킹 코스로 차량과 사람들이 움직이는 것이 간간히 눈에 띈다. 하지만 옥룡설산은 눈 앞에 모습을 들어내지 않는다. 걸어도 걸어도 저 멀리 그저 덩그러니 저 앞에 놓여 있을 뿐이다.

 

 

 

 

나시(납서)객잔 바로 아래에 마지막 급경사가 있다. 같이 갔었던 한 처녀가 길가에서 한 숨을 쉬고 있었다. 그녀 뒤에는 말이 따라오고 있었다. 그녀는 위 안내판을 보지 못한 것 같다. 나는 안내판에 나와 있는 Halfway 객잔까지가 우리가 갈 길의 반이라고 생각했다. 즉 내가 지도를 잘 못 본 것이다. 나는 그녀에게 앞으로 몇 시간을 더 가야만이 우리가 점심을 먹을 나시객잔이 나온다고 이야기했다. 분명 지도에서 그렇게 보았다고 말했다. 하는 수 없이 그녀는 말타는 값을 깎아서 말을 탔다.

 

 

그러나 이게 웬일인가? 말을 타고 채 2-3분도 되지 않아서 나시객잔에 도착하는게 아닌가? 그녀는 돈도 돈이지만 자기 힘으로 나시객잔까지는 가보려고 했는데, 나 때문에 모든게 어긋났다고 항의조로 말했다. 나는 분명히 지도에서 그렇게 보았다고 큰 소리쳤다. 결국 큰 소리치는 놈이 이기는 법이렸다. 그녀의 왕성한 저항 정신은 나의 고함에 꺾이고 말았다. 본래 빈수레가 요란하고, 모르는 놈이 큰 소리치고, 그러다가 할 말 없으면 날 잡아먹으라고 한다.

 

 

 

우리가 떠들면서 기름진 식사를 할 때, 그 옆에 마부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우리와는 달리 마부들은 밥에 라면스프 같은 것을 넣어 맨밥을 젓가락으로 꾸역꾸역 목구멍에 집어 넣었다. 반찬이라고는 눈을 씻고 봐도 없다. 그러다가 너무 목이 마르면, 녹차를 마셨다. 한 꼬마가 먹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마부들 그 누구 하나 살이 찐 사람이 없다. 무슨 수로 그들이 살이 찌겠는가?

 

 

 

<점심 시간에 마부와 말이 쉬고 있다.>

 

나시 마을을 지나면서부터는 본격적인 가파른 길이 시작된다. 뱀처럼 구불구불한 길이 좌에서 우로, 또 우에서 좌로 이어져 있다. 이미 멀리 간 사람은 상당히 멀리 가 있다. 얼마나 가파른지 바로 내 머리 위에  사람들의 엉덩이가 있는 듯 하다.

 

 

이제 여자들은 거의 다 말을 타고 올라가고 남자도 말을 타는 사람이 보인다. 끊임없이 뒤쫒는 마부의 유혹을 뿌리칠 수가 없었을 것이다. 물론 나는 끝까지 걸어가로 했다. 뒤로 돌아가면 돌아갔지 절대로 말을 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아래로 보이는 경치는 그저 평범한 그저 그런 경치였다. 급 경사로 된 초원 아래 멀리 황토빛 금사강(호도협을 흐르는 강)이 유유히 흐르고 있을 뿐이다. 하늘은 여전히 부분적으로 흐리고, 뱀처럼 또아리를 틀고 있는 28 굽이 산에 막혀 이제 옥룡설산도 전혀 그 모습을 볼 수 없다.

 

  

드디어 28 꾸부렁길의 끝이다. 와, 내 앞에 펼쳐진 옥룡설산! 저게 옥룡설산인가?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구름이 산봉우리를 감싸다가 사라지고 햇빛이 났다가 없어지며, 그 구름이 산에 그림자를 드리웠다가 또 순식간에 사라진다. 단지 그 곳에서 바라본 몇 분 사이에 변화무쌍한 날씨라니!

 

 

 

<등산길 중 최고봉인 28 벤드 끝에서 본 옥룡설산>

 

 

 

드디어 해냈다! 말을 타지 않고 올라왔다! 희열이 솟구쳐 넘쳤다. 세상이 내 것이다! 와, 여기가 옥룡설산이다!  옥으로 된 용이 눈을 밟고 하늘로 올라갈 만하다.

 

 

초록색 나무와 풀을 따라 아래에서 위쪽으로 눈을 옮기면 어느 지점부터는 식물이 살 수 없는 한계점이 이른다. 그 한계점부터 검은 바위가 자리잡고 있고, 정상 부근에 흰 눈이 듬성듬성 보인다. 내가 있는 곳이 해발 2000 미터가 좀 넘고 저 산이 5500미터이니 바로 저 높이가 3km라는 이야기인가? 바로 손을 뻗어 잡으면 내 손안에 들어올 것 같다. 여기서 달려 뛰어가면 그냥 정상에 닿을 것 같다. 가슴이 후련하다. 속이 확 트인다.

 

 

 

 

 

이 후로 약 1시간 30분 동안 오른 쪽으로 옥룡설산을 보면서 걷는다. 아래에는 호도협 계곡이 보였다 나무에 가렸다 한다. 산새 한 마리 지저귀지 않고, 매미 한 마리 울지 않는다. 파리 한 마리, 모기 한 마리 그 아무 것도 없다. 그저 잔잔한 바람과 계곡을 흐르는 물 소리, 그리고 가끔가다 나를 앞서가며 "니 하오"라고 말하는 서양인들 뿐이다.

 

 

차마객잔에 도착하기 전까지 코스타리카에서 온 어머니와 아들과 인사했다. 그는 북경에서 한 여행사에 가서 호도협 단체 여행을 신청했다고 했다. 또한 러시아에서 온 젊은이 알렉세이와 인사했다. 역시 그도 일단 북경으로 와서 그곳에서 그 유럽인들과 함께 이곳으로 온 사람이었다. 결국 이들 그룹이 모두 12명 정도 되는데, 중국인 가이드 한 명과 외국인으로 구성되  사람들이었다. 우리가 서로 모르는 사람인데도 인터넷 카페에서 만나 함께 왔다고 하니 그들은 놀라는 듯이 보였다.

 

 

<차마객잔에 도착했다.>

 

 

드디어 차마객잔에 도착했다. 이미 북경에서 온 그룹은 도착해서 모여 앉아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우리 팀은 쉬는 사람과 누워있는 사람 그리고 빨래를 하는 사람으로 분류될 수 있었다. 빨래 너머로 설산의 모습이 눈이 부시도록 아름답다. 역시 구름으로 덮이는가 했더니 금방 맑아지고, 맑은가 했더니 또 구름으로 덮인다.

 

 

나는 바람을 맞으며 건물 난간에 앉아, 아주 오래 동안 꿈에나 볼 듯한 설산을 바라보았다. 서서히 해가 저물고 있었다. 붉은 불빛이 산에 수를 놓는가 했더니 산 속의 밤은 순식간에 찾아왔다.금방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5000미터 정상은 해가 진 후에도 아주 오래 동안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지는 해를 아쉬워하며 다시는 올 수 없는 사람처럼, 나는 그렇게 붉은 산을 보도 또 보았다.

 

 

 

 

 

 

 

 

 

 

 

 

 

 

꿈을 꾸고 있었을까? 어디서 식사 시간이라는 소리가 들렸다. 식당에서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오골계였다. 모두들 몇 년이나 굶은 사람처럼 그렇게 게걸스럽게 먹어댔다. 술은 말하면 무엇하랴. 자동으로 따라나오는 것이렸다.

 

 

술이 몇 잔 돌고돌자, 떠들석하게 되었고, 누가 먼저라고 하기도 전에 노래가 흘러나왔다. 한 참 분위기가 무르 익었는데, 북경에서 온 팀 중 캐나다에서 온 한 여자가 우리 팀에 합류했다. 우리 팀은 나보고 통역을 하라고 했다. 오랜만에 내가 통역을 하라는 말에 조금은 걱정이 되었으나 그 캐나다 여자는 너무나 말을 천천히 그리고 또박또박 말해서 중학생이면 아무나 통역할 수 있는 영어로 말했다. "저기 앉아 있을 때, 어떤 음식이 이쪽으로 자주 운반되는 것을 보았는데,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왔습니다."라고 말했다. 사람들이 오골계라고 말했다. 나는 그냥 black boned chicken이라고 했다. 술 기운에 나오는대로 했다. 그녀는 놀라는 듯 하더니, 뼈를 보자고 했다. 뼈를 보니 뼈가 검지는 않았다. 그녀는 한 참을 웃다가 먹고 놀다 갔다.

 

 

 

 

 

 

 

단체 노래가 나오더니 무슨 한이라도 푸는 것처럼 사람들은 드디어 울분을 토하기 시작했다. 나무를 붙잡고 우는지 웃는지 알 수 없는 사람도 보였다. 한 사람이 지루박을 추었다. 나도 출 수 있다고 말했다. 나는 옛날 배운 것을 회상하며 내 나름으로 멋지게 추었다. 대전에서 왔다는 사람이 "그 춤 솜씨는 학원에서 3개월 배운 솜씨입니다." 라고 말했다.

 

 

무슨 귀신이 이런 귀신이 있나? 내가 옛날 경복고에 있을 때, 아이들 야간 자율학습 하라고 시켜 놓고, 몰래 종로 2가에 나와 딱 석달 간 댄스 교습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 뒤 좀 캬바레에 가보기도 하고 어쩌다가 춤이 늘지가 않아 때려 치웠지만, 좀더 잘 추워보았으면 하는 생각은 항상 갖고 있었다. 좌우지간, 도대체 그 사람은 얼마나 춤 도사이면 내가 3 개월 배운 것까지 정확하게 알아맞춘다는 것인가? 혹시 그 사람이 댄스 교습소 선생이 아닌가? 아무리 선생이라도 그렇지, 정말 기가 찰 노릇이다.

 

 

 

 

어떤 짓을 하건, 어떤 생각을 하건, 어떤 말을 하건, 어떤 노래를 하건, 밤은 밤으로 이어져 12시를 훌쩍 넘겼다. 가이드가 내가 미리 배우려고 노력했던 등려군의 "첨밀밀(티엔미미)"를 노래했다. 따라 부르려니 나는 이빨빠진 할머니처럼 허우적 대기만 했다. 나는 일어나서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불렀다. 앞 부분은 생각이 나지 않았다. "오륙도 돌아가는 연락선마다, 목메어 불러봐도 대답없는 내 형제여, 돌아와요 부산항에 그리운 내 형제여."

 

 

내 노래가 끝나자마자, 한 여자가 일어나 "울고 싶어라"를 불렀다. 돌아와요 부산항보다는 울고 싶어라가 가슴을 울리는 듯 했다. 그녀는 수저를 입에 대고 부르다가 나중에는 기둥을 껴 안고 노래를 불렀다. "울고 싶어라, 울고 싶어라 이 마음------" 웃어도 시원치 않을 이 밤에 왜 울고 싶을까? 아마 내 평생 다시 겪어보지 못할 합파설산에서의 첫날이자 마지막 밤은 아쉬움을 뒤로 하고 기억의 뒤안길로 사라져 가고 있었다. "울고 싶어라, 울고 싶어라, 이 마음 ----"

 

 

 

 

울고싶어라 울고싶어라 이마음

사랑은 가고 친구도 가고 모두다

왜 가야만 하니 왜 가야만 하니 왜 가니

수많은 시절
아름다운 시절 잊었니

떠나보면 알거야 아마 알거야

떠나보면 알거야 아마 알거야

 

<이남이 "울고 싶어라.">

 

 

 


 

2009년 11월 13일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