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벳 여행기 06
"진주 처럼 영롱한 사랑을 피우리라."
-체탕(쩌땅: ??: 택당)과 암드록초(양주오용추오:?卓雍?: 양탁옹착) 호수
<삼예사 - 체탕 - 양주오용추오 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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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관광지 위성사진>
윰부라캉
체탕은 중국식 발음으로 쩌땅이며, 행정구역상으로는 난샨(南山)이다. 7세기 송첸캄포가 티벳(토번 왕조) 국가의 수도를 라사로 옮기기 이전까지 수도였다.
처음으로 찾아간 곳은 윰브라캉이라는 궁전이다. 티벳의 옛 나라인 토번의 수도다. 실제 찾아가 보니 산 중턱에 덩그러니 궁전 하나가 외롭게 서 있었다. 아니, 궁전이라기 보다는 성처럼 보였다. 거창하고 웅대하기 보다는 쓸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에서 송첸캄포가 왕노릇을 했던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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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윰브라캉에서 내려다 본 장면>
<윰브라캉 궁정 위쪽>
<윰브라캉>
송첸캄포는 티벳 어디를 가나 신으로 여겨지는 인물이다. 그만큼 티벳 사람의 입장으로는 중요한 인물이다.
그러면 티벳 사람들은 그를 왜 신으로 숭배할까? 7세기만 하더라도 티벳은 여러 나라로 갈라져 있었다. 송첸캄포의 아버지는 이를 통일 하려다가 반대자에 의해 독살 당한다. 송첸캄포가 왕위에 올랐을 때 그는 겨우 13살, 그 당시 그는 힘없는 군주였다.
그후 손챈감포는 라사를 수도로 옮겼다. 영토를 계속 확장하고, 티베트 문자를 제정하였다. 우수한 인재를 등용하여 외교에 힘써, 마침내 세력을 확대하여 중국과 대등한 외교를 펼쳤다.
그에 관한 유명한 이야기 중의 하나는 당 태종의 딸을 아내로 맞이한 것이다. 처음 청혼을 했을 때, 그는 거절 당했다. 이에 분개하여 그는 송주로 쳐들어갔다. 여기서 당과의 뺏고 빼앗기는 전쟁이 계속되었다. 그러다가 결국 화해가 되고 문성공주를 아내로 맞이하고 화친하게 된다. 문성공주가 시집올 때 가지고 온 유명한 불상이 라사의 조캉사원에 있다.
(*송주는 오늘날 중국 사천성 구채구 근처에 있는 송판이라는 작은 도시다. 송판에 있는 송첸캄포와 문성공주의 상은 본 여행기의 사천성 여행기 중 송판편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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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공주: 인터넷에서 찾은 사진>
<윰브라캉 위쪽>
<윰브라캉 아랫 마을>
궁전 바로 옆에서 두 꼬마가 공부를 하고 있었다. 뜨거운 햇볕 아래, 여자 아이는 책을 보며 무엇인가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가까이 가서 보니 티벳 문자를 공책에 쓰고 있었다. 남자 아이는 포장 박스를 찢어서 그 위에 글자를 쓰고 있었다. 연필이 희미해서 잘 보이지도 않았다. 무엇보다도 강렬한 햇빛이 그들의 공부를 방해하고 있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공부에 열중했다. 내가 옆으로 다가가자 남자 아이는 공부를 멈추고 나를 바라보고 씩 웃었다. 웃는 얼굴에 흐르고 있는 콧물이 들락날락 거리다가 결국 입술까지 내려왔다. 소매로 쓱 콧물을 닦더니 다시 공부를 계속했다.
그 옆에서 어머니는 장사를 하다가 아이들을 살피고 또 얼른 뛰어가서 다시 손님의 시중을 든다. 겨우 먹을 만큼, 아니 그것도 나오지 않는 농촌에서 사는 티벳 사람들이 운명적으로 겪어야 하는 일상이다.
창주사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창주사라는 사원이다. 안에 진주로 만든 탕카가 있다고 했다. 그러나 막상 들어가 보니 볼 것이 많아서 뭐가 뭔지도 모르고 돌아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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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할머니가 계셨다. 할머니는 자기를 찍고 돈을 달라고 했다. 한국 돈으로 치면 몇 백원이나 될지 모르겠다. 할머니는 그 돈을 받더니 손에 꼭 쥐고 합장 자세를 취했다. 삶의 무게를 말해주는 얼굴의 주름,그리고 카메라의 렌즈를 응시하는 두 눈에 알 수 없는 서글픔이 묻어 있다. 삶의 무게에서 오는 슬픔인지도 모른다. 나도 알 수 없는 서러움이 북받쳐올라 서둘러 자리를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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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 안에서 능숙한 솜씨로 탱화를 그리는 화가>
장왕묘
조그만 동산 위에 있는 작은 사찰. 이 사찰 아래와 이 근처에 송첸캄포를 포함한 유명한 인물들의 무덤이 있다고 한다. 길 가다가 조그만 동산에 올라 이 아래 보석이 100톤이 들어있다고 말하는 것이나 무엇이 다르랴. 서안에 있는 진시황의 무덤도 하나의 산이다. 나중에 발굴하면 무엇이 나올지 모르지만 지금은 그저 한심한 산일 뿐이다.
한 농가에 들렀다. 마당에 매여있는 송아지가 나무 장작처럼 바싹 말랐다. 강렬한 대조를 이루는 햇빛의 음영 속에서 호기심있게 나를 바라본다. 마당에는 쇠똥을 말리고 있었는데 겨울 땔감으로 이용할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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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은 넓었고, 마침 석양을 받아 내부를 밝게 비추고 있었다. 주인은 차 한 잔을 내 놓는다. 주인의 말은 알아듣지 못하지만, 그녀의 눈빛에서 손님에 대한 따스함이 엿보인다. 새끼 고양이가 햇빛을 즐기며 꾸벅꾸벅 졸다가 땅바닥에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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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에는 달라이 라마 상이 걸려 있고, 사진 아래에는 그에게 제사를 지냈던 흔적이 보인다. 그 옆에는 후진타오가 티벳을 방문한 사진이 걸려있다. 후진타오는 1988년 티베트에 왔다. 다음 해 그는 이곳이 불안해지자 계엄령을 선포하고 무자비하게 다스렸다. 티벳을 잘 다스렸다는 것을 인정받아 그는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상무위원으로 임명된다. 티벳인으로 보면 원수의 사진이 걸려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제행무상이라고했다. 세월이 흘러서 일까? 그의 사진이 여기 벽에 걸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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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머리가 방에 걸려 있다. >
<그날 저녁의 오골계 탕>
<어디서 가져왔는지 황량한 도시에 화려한 색의 과일이 가게에 수북하게 쌓였다.>
<호텔의 내부>
얌드록초 호수
<다음 목적지 얌드록초 호수로 떠난다.>
아침 일찍 얌드록초 호수로 떠난다. 길은 잘 닦여 있었으나 경치는 황량했다. 가끔 가다 나타나는 농가 몇 가구를 제외하고는 그냥 쓸쓸한 들판이다. 오늘따라 바람이 차다. 오른 쪽으로 강물이 허연 배를 들어내며 하늘을 향해 울부짖는다.
왼쪽으로는 사막과, 아무런 식물도 없는 민둥산이 벌갈아 나타난다. 사람이 살 수 없는 이런 땅을 서로 차지 하려고 애쓰는 것이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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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있는 어떤 도시 풍경>
중간에 몇 군데 소도시를 지난다. 오랜 세월 지내왔던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는 곳이 많다. 그러나 이곳에도 자동차는 길 옆에 즐비하고, 상점들은 팔 물건을 길옆에 수북하게 진열하고 있다. 한 아주머니가 아이를 등에 업고 오토바이를 타고 쏜살같이 사라진다. 색끈을 넣어 땋은 머리를 한 주민들이 전통의상을 입고 어딘가로 걸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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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가득 양떼가 지나가고 있다.>
강을 따라가던 자동차는 갑자기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산으로 오르기 시작한다. 오늘쪽에 노란 유채꽃 밭이 계곡을 따라 수 놓고 있다. 제주도의 유채꽃과 큰 차이가 없다. 차이가 있다면 관광객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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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바라 고개(해발 4700미터)다.>
굉음을 내던 자동차가 멈춘 곳이 해발 4700미터의 깜바라 고개다. 이곳을 올라오면서 귀에서 몇 번 꾸룩꾸룩 거렸다. 기압을 이기지 못하여 내는 소리다. 올라온 쪽을 바라보니 저 멀리 흰 구름이 둥실둥실 떠 있다.
야크라고 생각되는 이상한 소 주인이 소를 타고 사진 찍으라고 집요하게 달라든다. 사방에 아무 것도 거칠 것이 없는 탁 트인 시야다. 광개토대왕 비석만큼이나 큰 표지석이 찬 바람을 맞아가며 외롭게 서 있다. 양주오용추오 호수 4488미터라고 써 있다. 써 있는 방향으로 눈을 돌렸다. "야,와, 아이구, 이런, 맙소사, 하느님, ...." 인간의 입으로 낼 수 있는 감탄사가 한꺼번에 터져 나온다. 바로 "그 푸른 호수"가 거기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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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주오용추오 표석>
<호수>
저게 무슨 빛이냐? 진주냐 사파이어냐 에메랄드냐? 짙은 남청색 호수가 굽이굽이 흘러가고 있었다. 그 너머로 흰 설산이 펼쳐져 있다. 해발 7191미터의 노진캉창산이다. 그 위로 머리풀고 하늘로 오르는 천사처럼 흰 구름이 하늘을 가르고 피어오른다. 그 너머로 한 겹의 검푸른 하늘이 병풍을 쳤다. 저 장엄한 모습을 보라. 아, 무슨 말이 필요할까? 오직 대자연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웅장하고 화려한 대서사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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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르초가 바람에 날린다.>
타르초가 바람에 나부낀다. 얼마나 펄럭였는지 깃발의 끝자락이 너불 거린다. 저것이 바로 "소리 없는 아우성"이 아니더냐? 아니, "강낭콩 빛보다도 더 푸른 빛"인지도 모른다. 초등학교 운동회의 만국기가 생각난다. 만국기 사이로 보였던 그 푸른 하늘일까?
찬 바람 맞아가며 이곳을 찾아온 연인들이 사랑을 나눈다. 그 옆에서 이것을 사진으로 담는 사람이 있다. 찬 바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남의 눈도 무시하고 사랑할 수 있는 사람들은 언제나 남의 부러움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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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숫가를 차로 가는 대신 트레킹을 하기로 했다. 산 비탈을 타고 위에서 아래로 내려옴에 따라 호수빛은 조금씩 달라 보였다. 파란색의 프리즘이 수백 수천가지가 된다는 것을 처음으로 느낀다. 하늘 한 번 보고 물 한 모금 마시는 병아리처럼, 몇 발자국 떼고 호숫물 보고, 또 몇 발자국 떼고 설산을 바라본다. 찬 바람이 가슴을 치고 지나면, 뜨거운 햇빛이 그 자리에 들어와 가슴을 녹여 달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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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호숫물은 태양빛을 받아 찬란히 빛나고 있다. 반짝이는 저 물빛은 태초의 밤하늘의 별빛이다. 웅장한 설산이 호수로 내려와 산산이 부서져 밤하늘의 영롱한 물빛이 되었다.
호수에서 반사하는 휘황찬 스포트 라이틀 받으며 호숫가를 한 쌍의 연인이 걷는다. 사랑이다. 결국 모든 것은 사랑이다. 저 빛이 파란 것도, 저 물이 저렇게 춤을 추는 것도 모두 사랑 때문이다.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되듯" 내 속에 남아 있는 타다 남은 재에서 다시 불이 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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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처럼 찬란한 진주가 되리라>
그대의 그림자에 싸여 이 한 세월 그대와 함께 하나니 그대의 가슴에 나는 꽃처럼 영롱한 별처럼 찬란한 진주가 되리라.
그리고 이 생명 다하도록 이 생명 다하도록 뜨겨운 마음 속 불꽃을 태우리라.
태워도 태워도 재가 되지 않는 진주처럼 영롱한 사랑을 피우리라. <윤시내의 "열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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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바라 고개에서 파는 진주: "진주처럼 영롱한 사랑을 피우리라">
(2011년 11월 29일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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