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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na

중국 티베트-라오스-인도 15 "치트완에서 포카라로" (라오스 5)

Albatross(곽영을/郭泳乙) 2012. 8. 3. 07:28

 

 

 

 

 

 

 

네팔여행기 5

 

 —"치트완"에서 "포카라"로—

 

 

<치트완에서 포카라로 가는 길>

 

 

치트완에서 포카라로 출발한 시각은 10월 12일 아침 9시, 아침부터 푹푹 찌는 날씨다. 우리를 태운 버스는 시내를 거치면서 여기저기 수도 없이 정차하고 손님을 태운다. 버스 안에서 바라보는 길가의 장면이 흥미롭다. 이상한 농기구를 어깨에 메고 가는 사람, 먼지 때문에 수건으로 코를 막고 자전거를 타는 아가씨, 여러 마리 소가 수레 하나를 끌고 가기도 하고, 생수를 사 달라고 거머리처럼 달라붙는 아이들도 있다. 

 

 

 

 

 

 

 

 

일단 시내를 벗어나니 포카라로 가는 길은 평화롭고 한가한 시골길이다. 뭔가 특이한 것을 찾으려고 해도 찾을 수가 없어 카메라를 내려 놓고, 버스 안에서 낮잠을 잤다.

 

 

 

 

 

포카라에 도착한 것은 오후 3시, 예약해둔 드래곤 호텔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근처에는 팻말을 들고 있는 사람이 있었는데, 이들은 호텔을 안내하는 사람들로, 먼 곳에 서서 뜨거운 태양 아래 땀을 흘리고 있었다.  

 

 

 

 

드래곤 호텔에 도착하여 일단 옥상에 올라가 보기로 했다. 옥상에서 바라보니 멀리 구름 사이로 히말라야 산맥 중 어느 산이 희미하게 보인다. 포카라, 포카라 하더니 이제 정말로 히말라야 산맥의 산들을 보게 되는 것인가?  저런 산이 있으니까 사람들이 포카라 포카라 하는구나!

 

 

"포카라"라는 지명도 내가 발음을 해보거나 다른 사람이 말을 할 때, 상당히 멋있게 들린다. 포카 놀이를 하는 도시란 뜻인가? 포크레인으로 도시를 건설했다는 뜻인가? 아니면 폴카를 추는 곳이란 말인가? 아니면 포카라가 무슨 도박의 일종인가?

 

 

<포카라의 호숫가: 첫날은 댐 사이드에 있는 드래곤 호텔에 투숙했다. 다음 날은 위로 올라가서 서울 뚝배기라는 음식점 근처의 호텔에서 숙박했다.>

 

 

 

 

첫날 저녁은 놀이터라는 한국 식당에서 삼겹살을 먹었다. 넓은 마당에 깔끔한 내부, 시원한 바람과 더불어 푸른 잔디밭이 식욕을 자극했다. 서양인 몇 사람도 옆에서 비빔밥을 시켜 먹는 데, 만족해 하는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좋은 집으로 적극 추천하고 싶다.

 

 

 

 

그 날 밤 식사를 끝내고 동네를 한 바퀴 돌다가 다른 한국 사람이 운영하는 서울 뚝배기라는 집을 가보게 되었다. 그때까지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던 우리는 서울 뚝배기 식당 주인의 강력한 권고에 의해 3박 4일간의 푼힐 전망대를 가기로 순식간에 결정하고 말았다. 푼힐 전망대에서 뜨는 해가 설산에 비치면 눈물이 줄줄 흐른다는 말에 그냥 녹아난 것이다. 그리고 숙소도 1일 25불에서 1일 12불 짜리로 해줄테니 서울 뚝배기 근처로 옮기라고 하는 바람에 모든 것을 사장이 추천해 주는대로 하기로 했다. 다음날 낮 동안의 관광도 사장이 추천한 곳으로 가기로 했음도 물론이다. 얼떨결에 몸도 주고 마음도 주고 모든 것을 다 빼앗긴 후 어찌할 바 몰라 될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호텔로 돌아왔다.

 

 

 

 

<서울 뚝배기>

 

 

다음 날 동료 중 한 사람이 안나푸르나 라운딩 코스를 트레킹하겠다며 새벽 일찍 떠났다. 며칠이  걸릴지 모르는 낯선 곳을 혼자 떠나는 것을 보고 그 대담성에 놀랐고, 또 한편으로는 하루 이틀도 아닌데 어떻게 하루하루를 살아갈지 걱정도 되었다. 그래도 신체 건강하고 영어를 잘 하니 그나마 안심이 되었다.

 

 

서울 뚝배기 사장이 대절한 차를 타고 시내 관광을 시작했다. 처음 찾아간 곳이 David Fall이라는 폭포다. 이 폭포는 동굴과 연결되어 있는데, 특별한 것은 없고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그런 동굴이요 그런 폭포였다. 그나 저나 얼마나 날이 더운지 한 발짝 움직이기가 싫었다. 카트만두도 더웠지만 포카라는 더더욱 더웠다. 구경이고 뭐고 그냥 호텔로 돌아가고 싶었다. 10월의 포카라가 이리도 덥단 말인가?

 

 

 

 

<동굴 근처의 주민들>

 

 

<동굴 내부>

 

 

 

 

다음으로 찾아 간 곳이 티벳트 난민촌이다. 마을 공회당 같은 곳에 전통 옷감을 짜는 아주머니 몇 명이 바쁘게 손놀림을 하고 있었다. 그 옆에는 티벳트 물품 판매장이 있었는데, 구경이고 나발이고 빨리 그 곳을 벗어나고 싶은 생각만 간절했다.

 

 

 

 

더워 죽겠는데 뚝배기 사장은 뚝심을 발휘하여 끝까지 우리를 계속 데리고 다녔다. 다음으로 간 곳이 산악 박물관이다. 주로 일본인의 작품이 많이 진열되어 있었는데, 지금까지 본 것 중 그나마 가장 볼 만한 것이 많았다. 그중에서도 히말라야 산맥의 모형이 인상적이었는데, 다음 날 가게 될 푼힐 전망대를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산악 박물관 마당에 만들어 놓은 설산>

 

  

 

<히말라야 설산에 산다고 전해지는 예티>

 

 

구경을 마친 후 일부는 뱃놀이를 하러 떠났고, 나는 그냥 호텔로 돌아와 낮잠을 잤다. 낮잠을 잔 후 동네를 한 바퀴 돌고 호숫가를 산책했다. 호숫물에 빨래를 하거나 목욕을 하는 사람이 여기저기 목격되었다. 배를 타는 사람의 수보다도 배의 수가 더 많았고, 그 많은 배들이 물 위에 손님을 찾으러  어슬렁거렸다.

 

 

 

 

 

 

<빵을 팔러 돌아다닌다.>

 

 

포카라에는 놀이터와 서울 뚝배기 이외에도 낮술이라는 한국 음식점이 있다. 우리는 낮술에서 한 끼를 먹어 보았는데, 한국의 음식점과 거의 비슷했고, 음식 맛도 거의 같았다. 값도 한국과 비슷했다. 젊은 총각들이 무릎을 꿇고 서빙을 하는 것이 특이하다면 특이했는데, 이들은 한국말은 전혀 하지 못하고 영어만을 사용했다. 그나 저나 "낮술"에서 "낮술"을 먹어보지 못하고 떠나는 것이 한스럽기만 하다!

 

 

 

 

한국 사람들에게 비교적 많이 알려진 곳이 아래 광고판에 나온 산촌 다람쥐라는 곳이다. 인터넷에서도 많이 알려졌다고 하는데, 그 집의 주인이 안내를 잘 해주고 친절하게 대해 주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곳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우리는 우리의 숙소와 좀 멀리 떨어져 있어서 그곳에 들어가 볼 기회가 없었지만, 들리는 소문으로는 가장 추천할 만한 집이라고 한다. 실제로 푼힐 트레킹을 하다가 한국에서 온 처녀를 만났는데, 그녀도 역시 산촌 다람쥐에서 정보를 얻고 사장이 추천해주는 포터를 데리고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에 간다고 했다. 앞으로 포카라에 갈 사람들은 "서울 뚝배기"와 "산촌 다람쥐"를 먼저 방문해본 후, 자신의 취향에 따라 알맞은 곳을 결정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첫날 묵은 호텔의 옥상에서 한 젊은이가 무엇인가 중얼대고 있었다. 놀랍게도 그는 한국 말을 배우고 있었다. 형편 없는 교재를 가지고 열심히 중얼대던 그는, 내가 한국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는 나와 한국말을 연습하려고 애썼다. 그러나 어디서 배웠는지 발음도 이상하고 단어도 구닥다리여서, 그가 한국말을 할 때마다 고쳐줘야만 했다.

 

 

그날 카메라를 사러 포카라 시내로 가는 사람이 있어서 따라 갔었다. 그런데 이런 한국어의 열풍은 포카라 시내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카메라를 파는 사람이 한국어를 아주 잘 하는 것이다. 발음도 자연스럽고 한국말도 입에서 술술 나왔다. 그의 친구들이 모두 한국에 가 있어서 자기도 곧 한국에 가려고 한다고 했다.

 

 

<어떤 식당에서 손님들을 위해 공연을 하고 있다.>

 

 

 

지금 네팔의 큰 도시에서는 한국어 열풍이 불어, 한국어 능력 시험이 있는 날은 도시의 교통이 마비 될 정도라고 한다. 우리 나라 젊은이들이 일자리가 없다고 투덜댈 때, 네팔의 젊은이들은 한국에 와서 돈 벌어갈 욕망에 불타, 눈물겹게 한국어 공부를 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그들에게 있어서 돈을 벌어 팔자를 고칠 수 있는 황금 어장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그곳에서 나와 조그만 슈퍼마켓에 들렸다. 중학생으로 보이는 소년이 내가 한국에서 온 것을 알고 또 한국말로 말을 걸어왔다. 중학생인 그도 한국에 가서 돈을 벌겠다고 했다. 한국에 이렇게 많은 일자리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하여튼 한국에서 돈을 벌어보겠다는 열풍이 지금 네팔을 휩쓸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는 듯 하다.

 

(2012년 2월 4일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