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Beautiful the Nature is! - Albatross

Essays

이것들이 노인을 뭘로보고---

Albatross(곽영을/郭泳乙) 2012. 10. 12. 14:53

 

 

 

 

 

이것들이 노인을 뭘로 보고 ...

 

 

며칠 전 광진구에 있는 워커힐 앞길을 걸어 아차산으로 가는 중이었다. 한 할머니가 비닐 주머니에서 무엇인가를 꺼내 아차산에 뿌리면서 걸어가고 있었다. 만약 쓰레기를 버린다면 말려야 할 일이고, 다른 것을 뿌린다면 무엇인지 알아볼 생각으로, 할머니에게 접근했다.

 

 

 

 

 

 

:

할머니, 산에다가 뿌리는 것이 무엇입니까?

할머니

:

도토리요. 왜요?

:

도토리로 묵을 해 드셔야지, 왜 산에다 뿌립니까?

할머니

:

우리 아들 놈과 며느리가 자꾸 도토리를 주어와요. 산에 사는 다람쥐가 겨울에 도토리를 먹고 산다고 하데요. 주어가면 안 된대요. 사람이나 동물이나 다 공평하게 먹어야 하잖아요. 그래서 내가 주워오지 말라고 했어요. 그런데도 자꾸 주워 오는거예요.

:

아니, 할머니 말이 맞기는 하지만, 이미 주워온 것은 묵이라도 해 먹어야지. 그렇게 버리면 어떻게 합니까?

할머니

:

나도 그럴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가만히 생각하니, 이번에는 이것들이 나를 어떻게 보고 내 말을 듣지 않는지, 화가 치미는 거예요. 그래서 안되겠다 싶어서 본때를 보여주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것들이 노인을 어떻게 보고 ---

:

이러다가 오늘 저녁 대판 싸움 나는 것 아닌가요?

할머니

:

나면  나는 거지요, 뭐. 이것들이 노인을 뭘로 보고... 내 말이 말같지 않나.... 이것들은 내가 말만하면 잔소리 좀 그만하라고 하는데, 노인이 잔소리 안 하고 어떻게 살아요?

 

 

 

 

 

 

할머니와 헤어져 산에 올라가면서 나는 두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첫 번째는 야생의 동물도 인간과 똑 같이 먹고 살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생각하는 자비로운 마음씨를 가진 인간이다. 두 번째는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 자식에 대한 섭섭함을 내비치는 인간이다.   

 

 

 

 

 

 

1) 세상에 존재하는 세 종류의 인간

 

세상에는 세 가지 인간이 존재한다.

 

첫 번째는 "다른 사람이 버린 쓰레기를 주워오는 인간형"이다. 이들은 자기의 모든 것을 희생하여 오로지 다른 사람만을 위해서 사는 사람이다. 노점상을 하여 평생 모은 수억 원을 모두 기부하는 사람에서부터, 가족에게는 일전 한푼 넘겨주지 않고 거대한 회사를 모두 사회에 환원하는 사람도 있다. 설령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일이 생기기기만 하면 만사 제쳐두고 남을 도와주는 사람이 있고, 자신의 신체 일부를 떼어내어 다른 사람에게 주는 사람도 있다. 나는 이런 부류의 사람이 아니며, 이런 부류의 사람이 아닌 것을 천만 다행으로 생각한다.

 

 

두 번째는,  "자기가 버린  쓰레기를 자기 스스로 주워 오는 인간형"이다. 정당한 방법으로 돈을 벌고, 또 그 돈을 정당하게 쓰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으로부터 헛된 이득을 취하지도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기에 속한다. 나는 이런 부류의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부지불식간에 혹시 남에게 해가 되는 일을 할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내 생각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인생을 살아가자고 다짐을 해보는 사람이다.  젊었을 때는 열심히 일했고, 이제는 나름으로 의미있는 생활을 하고 있다고 스스로 생각한다. 남에게 피해주지 않고, 자고 싶으면 자고, 술 먹고 싶으면 술 먹고, 심심하면 책보고, 하늘도 보고 땅도 보고 산다. 부모의 덕인지, 내 자신의 노력으로 그렇게 되었는지 모르지만, 내가 이 부류에 속하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른다.  

 

 

세 번째는, "자신의 쓰레기를 아무 데나 버리고 오는 인간형"이다. 이것도 모자라 어떤 사람은 집에 있는 쓰레기를 산으로 가져와서 버리고 가는 사람도 있다. 이들은 오로지 사회에 해만 끼치는 그야말로 쓰레기 같은 사람이다. 사실 산에 버려야 할 것은 쓰레기가 아니라 바로 이런 인간들이다. 전과 27범인 사람이 감옥에서 나오자마자 또 죄를 저질러 다시 감옥에 들어가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가 TV에 방영된 일이 있었다. 어떻게든지 다른 사람을 속여서 돈 뜯을 생각만 하는 사람도 있다. 혼자가 아니라 가족 전체가 도둑 정신으로 똘똘 뭉쳐서 떼거리로 도둑질을 하거나 사기를 치거나, 자동차에 스스로 뛰어들어 보험금을 타내는 사람들도 있다. 시골에 혼자 사는 할머니를 살해하고 몇 천원의 돈을 빼앗아가는 사람도 있다. 정말 이런 사람은 "사람이 아닙니다." "사람이 아니면 그럼 도대체 정체가 뭐야?" "갸루상입니다."

 

 

 

 

 

 

2. 할머니의 잔소리

 

잔소리를 사전에 찾아보면, 1) "쓸데없이 자질구레한 말을 늘어놓음. 또는 그 말,  2)필요 이상으로 듣기 싫게 꾸짖거나 참견함. 또는 그런 말"로 정의 되어 있다. 문제는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의 입장에 따라 같은 말이 달리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정직하고 착한 사람이 되어라." 라는 말은 얼마나 듣기 좋은 말인가? 하지만 이런 말을 듣는 아이는 어머니에게 "아이구, 어머니 잔소리 좀 그만 하세요."라고 말할 것이다. 따라서 잔소리를 하는 사람은 그 말이 옳고 좋으니까 백 번이고 천 번이고 말하는 것이고, 듣는 사람은 그 이야기가 아무리 좋아도 듣기 싫어서 "잔소리 좀 그만하라"고 하는 것이다. 결국 노인네의 잔소리는 좋은 것이니까 많을수록 좋고, 아이의 입장으로는 그 잔소리가 짧을수록 좋고, 없으면 더 좋은 것이다.

 

 

 

 

 

 

언젠가 어떤 친구 집에 간 적이 있다. 그의 어머니가 무슨 이야기를 하니, "어머니 제발 잔소리 좀 하지 마시고, 아무 일도 하지 마시고, 그냥 여기 편하게 앉아 계시든지, 누워 계시든지 하세요. 가만히 계시면 편하고 얼마나  좋아요."라고 말하는 것을 보았다. "하고 싶은 말은 못하지만 편하게 산다"는 말은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하고 싶은 말을 해야 속이 편하다. 노인네의 속성이 잔소리하는 것이거늘, 잔소리를 하지 말라는 것은 "입 다물고 벙어리처럼 살아라"라고 하는 것이며, 이것은 노인에게 죽으라는 말과 같은 말이다.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하고 살 바에야 차라리 죽는 것이 나을 지도 모른다.   

 

 

 

 

 

 

따라서, 만약 당신이 부모로부터 잔소리를 듣는 젊은이라면,

1)부모님이 잔소리하면, 그 말을 잘 듣고 그에 따르라.
2)그리하고 싶지 않으면, 건성으로라도 듣는 척 하라. 노인네 좀  봐줘라.
3)그것도 못 하면, 노인네 혼자 잔소리하도록 내버려 두고 방 밖으로 나와라.
4)그것도 싫으면, 집에서 나와 딴 살림 차려라.

하지만 노인에게 '잔소리 하지 말라' 는 소리는 하지 말라.

 

 

 

 

 

 

만약 당신이 잔소리하는 노인이라면

1. 당신의 잔소리를 아이가 잘 들어주면, 당신은 인생의 가장 큰 복을 갖고 태어난 노인이다.
2. 아이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말을 들으면, 달래가면서 잔소리하라.
3. 아이가 잔소리 좀 그만하라고 하면, 이것은 잔소리가 아니라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말이라고 우기면서 잔소리하라.
3. 아이가 방 밖으로 나가려고 하면, 손을 잡고 앉힌 후 잔소리하라. 
4. 아이가 듣기 싫다고 기어이 나가면, 혼자 벽에다 대고 잔소리하라.
5. 아이가 밖에 나가서 잔소리 좀 그만하라고 외치면, 나는 잔소리하지 않으면 못 산다고 되받아치면서 잔소리하라.

6. 그래도 아이가 또 뭐라고 하면, 아이를 집 밖으로 쫓아내든지, 당신이 밖으로 나와 잔소리하라. 

7. 그래도 안 되면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의 방법을 써라. 이미 당신의 아들은 사람이 아니라, 개다. 개를 데려다가 물게 하라. "브라우니, 물어!"

8. 그래도 아이가 뭐라고 하면, 자식과의 관계를 끊어라.   

 

 

 

 

 

 

잔소리하는 것이 당신이 살아 있는 유일한 이유다.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라고 패트릭 헨리는 말했다. 잔소리할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고 외쳐라. 다른 것은 타협할 수 있어도 이것만은 양보하지 말라. 설령 당신이 맞아 죽는 한이 있더라도 하고 싶은 말을 하라. 하고 싶은 말을 못하고 사는 것은 산 송장에 지자니 않는다. 살아 있는 송장이나 죽은 송장이나 뭐가 다른가? 산 송장보다는 차라리 죽은 송장이 낫다.

 

 

 

 

 

 

언론의 자유가 없는 이 세상의 모든 늙은 부모에게 고한다. 자식에게 잔소리할 수 있는 자유가 바로 알파요 오메가며, 빛이요 소금이다. 바로 그것이 생명이다! 이 시간 이후, 자신있게 잔소리하며 살라!

 

*여기에 사용된 사진은 2010년 10월 설악산 등반 중 촬영되었습니다.

 

(2012년 10월 12일 작성)

 

'Essays'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는 가수다  (0) 2012.10.27
기보배선수의 런던 올림픽 양궁 결승전  (0) 2012.10.22
걸어 온 것이 너무 아까워서   (0) 2012.10.10
"고래~~~?"  (0) 2012.10.02
귀신이 하품할 일이다  (0) 2012.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