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Beautiful the Nature is! - Albatross

Essays

이제 모든 것을 이루었도다 (I have achieved all)

Albatross(곽영을/郭泳乙) 2012. 8. 5. 10:50


<2006년 12월 13일 진천 농다리>

 

 

"이제 내 모든 것을 이루었도다!"

 

 

어떤 것을 분리하거나 두 동강이 낼 때, 우리말에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에 "베다", "자르다", "끊다"라는 세 동사를 살펴보고자 한다.  

 

 

"베다"는 것은 보통 "풀을 베다," 또는 "목을 베다"처럼 큰 도구, 즉 큰 칼이나 도끼 등으로 두 동강이 내는 것을 말할 때 쓰는 말 같다.  

 

 

가위로 무엇인가를 절단할 때 "자르다"는 말을 많이 사용한다. "옷감을 자르다", 또는 "종이를 자르다"처럼 넓적한 것을 분리할 때, "자르다"라는 말을 쓰는 것 같다. 또한 "실을 자르다"나 "나무를 자르다"라고는 하지만 "옷감을 베거나", "옷감을 끊지는" 않는 것 같다. 여담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식당에서 고기를 자를 때 가위를 쓰는데, 나도 고기를 가위로 자르는 것을 처음 보았을 때는 섬뜩했지만, 서양 사람들이 이 장면을 보면 기절초풍할 정도로 깜짝 놀란다고 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불판 위의 불고기를 칼로 잘라보고, 가위로 잘라보면 가위라는 것이 얼마나 편리한가는 경험해본 사람이 아니면 모른다. 결국 싫건 좋건 간에, 가위로 고기를 자르는 것이 서양으로 전파될 날이 얼마 남지 않은지도 모른다.  

 

 

그 다음으로 "끊다"는 말이 있다. 여러 가지 경우에 사용될 수 있겠으나 실같이 가늘고 긴 것을 두 동강이 낼 때, "끊다"를 사용하는 것 같다. 어렸을 때, 시골에서 여학생들이 고무줄 놀이를 하면 훼방하기 위해 슬그머니 다가가서 날카로운 면도칼로 "고무줄을 끊었던" 기억이 있다. 또 연싸움을 할 때는 연을 날리는 두 사람이 서로 연줄을 가로지르게 하여 상대방의 연줄을 "끊어" 놓으면 이겼다고 한다.   

 

 

<2006년 12월 13일 진천 농다리>

 

 

술을 더 이상 마시지 않는 것을 우리는 "술을 끊는다"라고 한다. "술을 베다"거나 "술을 자르다"라고 하지 않는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끊는다"는 것은 실이나 고무줄처럼 긴 것을 절단낼 때 사용하는 말이다. 그리고 이 "끊다"는 말은 추상적인 말에 많이 사용하는 것 같고, "자르다"는 말은 물질적인 곳에 잘 사용하는 것 같다. 예를 들어, "담배를 끊어라"하면 금연하라는 뜻이지만, "담배를 잘라라"하면 아마 담배 한 개피를 갖다 놓고 반 토막을 낼 것이다.

 

 

우리는 "목을 베다"라고는 하지만 "목숨을 베다"라고는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추상적인 뜻이기 때문에 "목숨을 끊다"라고 한다. "인연을 끊다"라고 하지 "인연을 자르다"거나, "인연을 베다"라고도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목숨이나 인연 등은 추상적이면서도 실이나 고무줄처럼 한 없이 길기 때문이다. 사람이 목숨을 끊으려고 해도 어려운 것은, 질긴 것이 목숨이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과의 인연을, 특히 사랑하는 사람과의 인연을 끊으려고 해도, 인연이라는 것이 실처럼 길고 고무줄처럼 질기기 때문에 어려운 것이다. 이런 것들은 내 자의적인 해석이지, 실제는 나도 잘 모른다.

 

 

술 끊는 이야기를 하려다가 너무 서론이 길어졌다. 하여튼 "술을 끊는다"라고 하는 것은, 술을 더 이상 마시지 않는 것이 "목숨이나 인연만큼 끊기 어렵기" 때문에 "술을 끊는다"라고 했을 것이다. 그만두기 어렵다는 마약도, "마약을 끊는다"라고 한다. 술이라는 것이 얼마나 끊기가 어려우면, 마약이나 인연이나 목숨과 비교가 될 것인가?

 

 

술에 빠져 죽은 사람이 물에 빠져 죽은 사람보다 훨씬 더 많다. 내 친구의 아버지는 알콜 중독으로 피를 토하면서까지 술을 먹다가 죽었다. 또 어떤 사람은 위 수술을 받고, "당신 3일 이내에 술먹으면 죽습니다"라는 의사의 말을 무시했는지, 시험했는지 모르지만, 이틀만에 술마시고 죽었다. 술마시고 싸우다 죽거나, 사고가 나서 죽는 사람의 숫자도 아마 하루 종일 세어도 못다 셀 것이다. 왜냐하면 술은 "인연"이나 "목숨"처럼 질기기 때문이다.

 

 

술을 먹는 몇몇 친구들의 말을 들어보면, 사람에 따라 술을 먹었을 때 그 기분이 많이 다른 것 같다. 어떤 사람은 얼굴만 붉어지고 머리만 아픈 사람이 있다고 한다. 또 어떤 사람은 술을 먹으면 세상이 자기 세상이고, 하늘을 나는 기분이 든다고 한다. 다행스러운지 불행스러운지 나는 후자에 속한다. 술이 몇 잔 들어갔을 때, 그 기분은 무어라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신기하기도 하고 하늘을 나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중도에 술을 그만두기가 그렇게 힘든 것이다.  

 

 

최근 들어 술을 마시는 빈도수가 늘었다. 그래서 한 친구와 만나면서 각자 소주 한 병씩 자기 쪽에 두고, 자기가 알아서 자기 잔에 따라 먹기로 했다. 이것을 "지부지처"라고한다. "지가 부어서 지가 쳐 먹는다"라는 말이다. 그리고 한 병 이상은 절대로 마시지 않기로 했다. 이렇게 해보니 잔을 돌릴 때보다는 좀 나아지지만, 그래도 일단 어느 정도 술이 들어가면 술이 술을 부르는지라, 억제하기가 역시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 병을 마신 뒤에 상대방의 눈치를 보아, "그러면 한 병을 더 시켜, 반씩 마시고 그냥 집에 가자."라고 한다. 물론 여기서 끝날 수도 있지만, 그 다음에 어떻게 될지는 그 반 병을 먹고 봐야 한다.  

 

 

담배와는 달리 술은 적당히 마시면 별 문제가 없다고, 의사나 예술인들은 말한다. 오히려 인생을 보람있게 사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고 한다. 그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은 "너무 취하지 말라"라는 것이다. 그러나 무슨 수로 너무 취하지 않게 적절히 마실 수 있다는 말인가? 나는 술에서만큼은 "적절히"라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없다.    

 

 

나는 보통은 사당동이나, 신촌 또는 수유리에서 술을 마신 후에 택시를 타고 집 앞에 내린다. 문제는 그 다음에 그냥 집에 가기 힘들다는 것이다. 우리 동네의 다른 술집을 어슬렁거리며 어디 표적이 되는 집을 찾는다. 그리고 그 집에서 나와서,  또 다른 술집 주변을 어슬렁 거리다가 정신을 잃는다. 그리고 다음 날, 일 주일 동안 체육관에서 갈고 닦았던 건강을 헌신짝처럼 내 던지고 이불을 뒤집어 쓴 채 끙끙 앓으며, 온갖 고통을 겪는다.   

 

 

주자십회 중에 "술은 깬 뒤에 후회한다"라는 말이 있다. 이런 것을 영어로 It's easier said than done(말하기는 쉬워도 행동하기는 어렵다)라고 한다. 나도 그것을 잘 안다. 하지만 그것이 잘 되지 않는 것을 어이하랴.

 

 

<2006년 12월 13일 진천 농다리 근처>

 

 

오늘 저녁에 술 마실 약속이 있다. 오늘만은 내 죽으면 죽었지 절대로 나의 이 낡은 습관에서 벗어날 것이다. 이순신 장군처럼, 큰 칼 옆에 차고 심호흡하면서 술집 문에 들어갈 것이다. 그리고 두 눈을 부릅뜨고, 취하지 않은 상태를 유지하다가, 구두발로 술집 문을 박차고 나올 것이다. 그런 뒤에 사자처럼 그리고 사대천왕처럼 포효(咆哮)할 것이다. "내 이제 이 질기고도 질긴 악습을 끊었도다. 이제 내 모든 것을 이루었도다!"

 

 

"그러면 동네에 와서, 택시에 내린 후에도 곧장 집에 들어가겠어요?"라고 묻지 말라. 그렇게 묻는 것은 "모든 것을 이룬 사람"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공자께서는 "삶도 모르는데, 어찌 죽음을 알리요(子曰 未知生 焉知死)"라고 했다. 이제 나는 말한다. "지금 내가 먹고 있는 술집의 일도 모르는데, 내 어찌 동네 주점의 일을 알리요.(余曰 未知現酒店之事, 焉知洞之酒店之事)." 대저 소인배에게는 아무 말도 못하나니. 오호 통재라! 나는 마지막으로 말한다. "나는 술에서 뜻을 일으키고, 시에서 뜻을 확립하고, 악에서 뜻을 이루니라(余曰 興於酒 立於詩 成於樂: 논어의 변용)." 나의 뜻을 이룰(成於樂) 동네 노래방이 있지 않느냐?  

 

 


(2009년 7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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